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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모자업체 다다실업 성공신화

입력 | 2003-04-06 19:34:00


《미국 리복사의 모자담당 바이어인 바비 뉴튼 주니어는 2월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서울 역삼동의 다다실업 본사를 찾았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모자담당 바이어인 뉴튼씨는 박부일(朴富逸) 다다실업 회장에게 이렇게 털어놨다. “다다의 디자인이 유행이나 창조성에서 리복의 디자인을 앞지른다. 이제부터는 우리 디자인 대신 다다의 디자인을 쓰겠다.” 다다실업은 모자회사다. 세계 스포츠 캡(모자)부문 점유율(45%) 1위 기업으로 모자로만 연간 1억달러 이상을 수출한다. 얼마 전 30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선 최고의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이런 실적이나 수상경력이 다다를 모두 설명해 주지는 않는다. 다다가 추구하는 경영방식에선 모자 이상의 특별한 무엇이 있다.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모자(섬유산업)에서 다다실업은 성공신화를 일궈내고 있다.

▼성공포인트1 ▼

디자인으로 승부한다=세계 최고의 스포츠용품 회사인 나이키, 리복, 아디다스는 모두 다다가 디자인하고 만든 스포츠 캡을 판다. 아디다스 모자의 90%는 다다의 디자인을 쓴다. ‘다다의 디자인 개발능력 때문에 다다와 거래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아디다스측의 평가다.

다다실업의 경쟁력은 이처럼 디자인에서 나온다. 독창적인 디자인 개발로 섬유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한 것.

서울 본사인력 330명 중 디자인 및 연구개발 인력이 무려 80여명에 이른다.

지금까지 획득했거나 출원 중인 특허건수만 200여건. 미국 모자메이커인 파라마운트사는 다다에 52만달러의 로열티를 주고 다다의 디자인을 쓰고 있다.

다다가 연간 만들어 내는 1억개의 모자 중 절반가량은 다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디자인이다. 이처럼 생산자가 디자인해 바이어에게 제시하는 생산방식을 ODM(Original Development Management)이라 한다. ODM은 단순 하청생산에 그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에 비해 30% 이상 납품단가가 비싸다.

▼성공포인트2 ▼

글로벌 경영=다다실업은 한국에 생산공장이 없다. 서울 역삼동 본사는 디자인 개발과 영업(수출), 자재공급을 맡고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등 4개국 13개 공장에서 모자를 만든다.

바이어(주로 미국)―본사(한국)―생산(방글라데시 등 4개국)이 삼각으로 연결되는 중계무역시스템이다. 나이키의 생산시스템(미국 본사는 디자인 및 연구개발, 생산은 해외 생산기지)과 엇비슷하다.

다다실업은 본사와 해외공장을 위성으로 연결, 모든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교환하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작년 상반기부터 가동한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구매 생산 등 경영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은 인터넷에 기반을 뒀기 때문에 해외 공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본사와 해외공장(4개국 13개 공장)이 하나의 시스템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글로벌 경영을 구현하고 있는 것.

모자의 품질은 어떨까. 생산지가 여러 군데이다 보니 품질관리가 어렵지 않을까. 이런 의구심에 대해 “매뉴얼(교본)방식의 생산과 지속적인 훈련으로 품질엔 이상이 없다”고 이 회사 박완호 기획관리실장은 말했다.

모든 생산공정의 노하우를 매뉴얼로 제작, 미숙련공이라 하더라도 매뉴얼대로 따라 하면 짧은 시간 내에 동일한 품질의 모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성공포인트3 ▼

신뢰경영=다다실업은 어음을 쓰지 않는다. 국내든 해외든 모든 상거래는 현금결제를 원칙으로 한다. 박 회장은 “기업경영엔 반칙이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기업은 모름지기 기술개발, 품질 및 서비스 향상, 납기일 단축, 근로자와 고객만족에만 신경 써야 한다. 그게 정도(正道)경영이고, 신뢰경영이다”고 강조했다.

다다의 이러한 신뢰경영은 현지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자극하고 있다.

특히 2000년 4월 인터넷 기반의 개선제안 시스템이 구축된 이후 중국 방글라데시 등 현지 공장근로자들의 제안이 넘쳐나고 있다. ‘사소한 아이디어가 회사를 살린다’는 게 박 회장의 생각.

‘독창적인 디자인과 컬러 기능 트렌드를 덧입히기만 하면 섬유만으로도 100억달러 이상을 수출할 수 있다.’

‘섬유제국’을 꿈꾸는 다다실업 사람들의 옹골찬 생각이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