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소 우유를 짜내면서도 틈틈이 장터의 삶이나 자연 풍경을 앵글에 담기 위해 들과 산으로 뛰쳐나가죠.”
인천 강화군 불은면 신현리에서 3000평 부지의 정묵(炡默)목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문재(44) 박예분씨(37) 부부는 요즘 하루가 너무 짧다는 느낌 속에서 살고 있다.
우유 짜내기, 먹이 주기, 분뇨 처리 등은 하루도 거를 수 없는 작업들이다. 새벽과 저녁 등 두 차례에 걸쳐 젖소 한 마리 당 30㎏ 가량의 우유를 짜는 데만 4시간 가량이 걸린다.
또 남는 시간에는 배설물을 치우고, 젖소들에게 나눠줄 먹이를 배합한다. 먹이는 목장에 설치된 기계를 이용해 사탕무우 찌꺼기, 건초, 볏집, 목화씨 등 10여 가지를 섞어 만든다.
1983년 4마리에 불과하던 젖소 식구가 지금은 75마리로 늘었다. 오로지 둘이서만 목장일을 감당하고 있어 일손이 달리는 편이지만 이들 부부는 요즘 젖소 돌보는 일 만큼이나 사진 찍기에도 심취해 있다.
이씨는 “둘이서 틈나는 대로 사진기를 둘러매고 나다니는 모습을 보고 주변에서 금실이 좋아졌다는 소리를 하고 있다”며 “사진이 단순한 취미생활 이상의 그 무엇을 느끼게 해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 무엇’을 사진에 담기 위해 주로 점심시간 전후에 목장을 나선다.
박씨는 “목장일 때문에 사진작가들이 생명의 시간으로 여기는 일몰과 일출 때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이들은 1999년 7월 강화의 한 카페에서 열린 사진전시회를 우연히 관람한 뒤 한국사진작가협회 학술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영학씨로부터 사진촬영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들은 국방유적지, 장터 등 강화 곳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고향을 바라보는 눈도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구도를 잘 맞추고 아름다운 풍경을 찍는다고 해서 작품이 되는 게 아니더군요. 사진을 찍어보니 사람과 자연 속에 감춰진 모습들이 아주 아름답다는 사실을 알았고 고향에 대한 애착심도 깊어졌어요.”
부부는 2001년 4월 강화 청송예랑에서 ‘설한풍경(雪寒風景)’이라는 주제의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그동안 모두 4차례 전시회를 열었다. 지난달 14∼31일에는 강화농촌지도소 영농후계자생활개선회 창립을 축하하는 전시회를 가졌다.
이씨는 “실력으로 치자면 아직 초등학생 수준이지만 이웃들과 문화적 공감대를 갖는다는 의미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다”고 겸연쩍어했다.
박희제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