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 롯데 팬 2명이 있다. 이들은 해마다 내기를 하는데 최근 2년간 꼴찌에 건 쪽이 모두 이겼다. 올해는 내기가 성립되지 않았다. 둘다 최하위로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시즌이 열리자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지만 결과는 ‘역시나’였다. 주말 현대와의 개막 2연전에서 롯데가 뽑은 점수는 불과 1점. 팀타율 1할대에 평균자책은 6점대.
잔루는 또 왜 그리 많은지. 마무리로 삼았다가 써보지도 못한 손민한을 부랴부랴 선발로 복귀시키고 톱타자 김주찬을 하위타선으로 내려보내는 등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딱하다.
‘야구도시’로 불렸던 부산은 또 어떤가. 이젠 택시 기사들도 롯데의 홈경기 일정을 모른다. 길에서 “사직 더블”을 외치던 열혈 갈매기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91년 잠실을 제치고 프로야구 첫 100만 관중시대를 연 사직구장이 아닌가. 두 번째 우승컵을 안은 이듬 해에는 평균관중이 2만명에 육박했다. 그러던 관중이 지난해는 1910명. 꼭 10분의1로 줄어들었다.
비단 롯데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산 팬이 떠나면서 프로야구 전체 열기까지 식어버렸다.
사직 관중이 13만명에도 못 미친 지난해 프로야구 평균관중은 21년 사상 최소인 4501명이었다.
그러고 보면 롯데는 부산에서 너무 과분한 대접을 받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일반 팬들은 삼미-청보-태평양으로 이어진 인천팀이나 전북 연고의 쌍방울이 통산 최다 꼴찌를 다퉜으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롯데가 압도적으로 많다. 롯데가 올해도 꼴찌를 한다면 사상 첫 3년 연속이자 통산 7번째다.
롯데의 ‘어두운 오늘’에는 열 손가락으로 세어도 모자랄 확실한 이유들이 있다.
투자에 인색했고 프랜차이즈 스타는 말년에 외롭게 짐을 싸야 했다. 김용철 최동원 양상문 박동희가 타의로 팀을 떠났고 지난해 자유계약선수가 된 박정태 강상수는 어금니를 깨문 채 도장을 맡겨야 했다.
롯데 출신 스타는 많았지만 코치는 거의 없고 감독은 김용희가 유일했던 것도 같은 맥락. 구단주가 나온 고교와 타교 출신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금이 그어졌던 것도 문제였다.
할 말은 많지만 요즘 야구계에 떠도는 입방아를 소개하면서 끝을 맺자.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여름쯤 되면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백인천감독이 먼저 특단의 조치를 취하리라는 것. 하지만 기자는 감히 말하고 싶다. 롯데여, 이제 그만 떠나보내고 차라리 절을 비워주시오.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