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언제, 어떤 조건 아래서 ‘승리’를 선언할 것인가. 이미 바그다드를 포위하고 이라크 대통령궁 6곳 중 3곳을 습격해 승전을 앞두고 있는 미국이 봉착한 또 다른 난제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4월14일자)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이 죽거나 생포됐을 때가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사실은 명백하지만 미국 당국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기억을 되살려 이를 공언하기를 삼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산 채로든, 죽여서든 오사마 빈 라덴을 잡겠다”고 호언했다가 이를 지키지 못해 결국 이 전쟁은 아직 ‘절반의 승리’로 남아 있다.
오히려 이번 전쟁이 후세인 대통령 개인의 생사와 큰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강조되고 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그가 마지막 순간에 그곳에 있는지, 또는 발견되는지는 거의 본질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이 발표하는 때가 곧 전쟁에서 승리하는 때”라고 다소 자의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타임은 후세인 대통령의 운명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세계가 이번 전쟁을 ‘성공’으로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후세인 대통령이 인근 중동 국가로 피신해 미국과 이라크 새 정부에 반대하는 투쟁의 구심점에 서게 될 경우 미국은 모든 중동전쟁에서 ‘승리’하고도 끝없이 전쟁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뉴욕 타임스와 타임은 모두 미국이 이라크전쟁의 명분으로 제시한 대량살상무기의 발견도 전쟁의 성공적 완결을 위해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