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되고 있는 천호대로의 한 버스정류소. -동아일보 자료사진
주요 간선도로에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자치구가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는 중앙버스전용차로제를 통해 버스의 운행속도를 높이고 승용차 이용자를 버스로 유도해 대중교통 중심의 쾌적한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일부 시민과 자치구는 승용차 운행에 상당한 불편을 주고 기존 버스정류소 주변 상권의 위축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어디에 어떻게=1990년대 중반부터 중앙버스전용차로제가 실시되고 있는 천호대로의 경우 하정로(신답철교∼신설동 교차로) 3㎞ 구간까지 확대된다. 도봉·미아로(도봉로 시계∼혜화동 로터리) 14㎞ 구간에도 7월에 도입된다.
또 강남대로와 헌릉로 일부 구간(신사동 사거리∼내곡 IC) 9.3㎞에도 올해 안에 적용된다.
서울시 도심교통개선반 이제원(李悌源) 과장은 “시내 주요 간선도로의 갓길 쪽에 버스전용차로가 있지만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며 중앙버스전용차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갓길 쪽에 버스만 서는 것이 아니라 택시와 승용차도 서고 골목길로 오가는 차들도 많아 버스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는 것.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도입되면 도로 중간의 1차로와 2차로 사이에 폭 3.5m, 길이 30∼50m의 버스정류소가 만들어지고 보도(步道)에서 정류소로 연결되는 횡단보도가 설치된다.
▽정말 좋아질까=천호대로의 경우 버스의 운행속도는 평균 시속 37㎞로 중앙버스전용차로제 시행 전의 2배 수준. 서울시내 차량의 운행속도는 평균 시속 20㎞가량이다.
시는 버스 속도가 빨라지고 서비스가 개선되면 승용차 이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
교통환경연구원 신부용(愼富鏞) 원장은 “8차로 이상의 도로에만 적용해서는 시가 예상하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며 “4차로나 6차로에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류소 부근에서는 승용차가 다닐 수 있는 차로 한 개가 줄어든다. 또 승용차가 교차로에서 U턴하거나 좌회전하는 게 어려워진다. 대신 이면도로를 활용해 P턴을 해야 한다.
일부 시민과 자치구의 반대도 예상된다. 기존 정류소 주변 상인들은 상권 위축을 걱정하고 있다.
도봉구 의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도봉로 주변은 주거 밀집지역으로 좌회전이 필요한 곳이 많으며 도로 구조상 P턴이 힘들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강동구 관계자도 “강동구는 도심처럼 버스 노선이 많지 않아 도입 후 효율성이 떨어지고 주민에게 불편만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