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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사랑방]2차대전 땐 프로골퍼들도 전쟁터로…

입력 | 2003-04-07 20:20:00


9·11 테러는 미국과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골프도 영향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9·11 테러의 여파로 홀수 해에 개최되던 미·유럽 간 대항전인 라이더컵이 짝수 해에 열리게 됐고, 또 다른 국가 대항전인 프레지던트컵은 홀수 해에 열리도록 조정됐다. 또 2002년 LPGA투어 일정은 최근 5년간 최소 횟수를 기록했다.

골프 역사상 전쟁이 골프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엔 미국 내 골프장비 생산이 ‘올스톱’됐다. 금속과 고무가 전쟁물자로 징발됐기 때문이다. 전시에 골프를 즐기던 사람들은 골프공을 분실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한번 잃어버리면 다시 구입하기가 어려운 탓이었다. 운 좋게 골프공을 구하더라도 대부분은 낡은 공에 페인트를 덧칠해 유통되던 ‘재생공’이었다.

골프코스 운영자들도 타격을 받았다. 생활용·군사용 기름 외엔 유류 사용이 엄격히 통제돼 코스 관리에 필요한 차량은 창고에서 잠을 잤다. 또 잔디 깎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페어웨이 폭을 좁혔고, 러프는 풀이 제멋대로 자라도록 방치했다. US오픈에서 러프를 아주 ‘터프’하게 놔두는 관례도 그때부터 비롯됐다고 한다.

만약 미국-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된다면 골프계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엔 프로골퍼들이 위문시범대회와 병원 방문 등을 요구받기도 했고 샘 스미스, 지미 디마렛, 벤 포건 등은 자원 입대하거나 징집돼 군복무를 마쳤다. 그러나 지금은 세계적 반전 여론과 미국 내 반전 분위기 확산 등으로 “총대를 메겠다”며 참전하는 골퍼는 없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