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밤, 어둠 속은 갓 태어난 벌레소리로 가득하다. 귀뚤귀뚤 쓰르람 쓰르람 찌르르르, 우철은 달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어느 한 군데 일그러진 곳 없는 완벽한 원이었다. 남중을 지나 서쪽 하늘로 기운 것을 보면, 새벽 2시반쯤일까. 마당 구석에 있는 하얀 꽃이 은색 달빛을 받아 흐릿흐릿 부옇게 보인다. 꽃은 송이송이마다 그 조그만 입으로 쓸쓸한 향을 토해내고 있다. 저 꽃은 여동생이 모종일 때부터 키운 도라지다, 이런 식으로 아무런 아픔도 없이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 참 이상하다. 여동생이나 아버지나 그저 내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을 뿐, 어느 날 훌쩍 돌아올 것만 같은 기분도 든다. 어둠 속에 꽃향기가 떠다니듯, 두 사람의 기척도 이 공기 속에 떠다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맡지 못할 뿐.
귀뚤귀뚤 쓰르람 쓰르람 찌르르르, 결혼한 지 6년, 처음 만났을 때부터 햇수로 따지면 7년이다. 해마다, 달마다, 날마다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은, 모두 모여 밥을 먹으며 얘기를 나눌 때 외에는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것을 할 때도, 그녀는 신음소리 하나 뱉지 않고 꾹 참고 있을 뿐이다. 처음 사귀기 시작했을 때는, 내 이름을 부르면서 사지를 조용히 움직여 내게 안겼었는데, 나와 그녀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날, 여동생이 돌아오지 않은, 그 밤부터다.
시신을 발견한 직후에 산기가 있었던 것이 불행의 시초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불행과 나의 불행은 전혀 별개여서 공유할 수가 없다. 산달에 들어 남산만 한 배를 껴안고 저녁밥을 지으며 시누이가 무사하기를 기도한 것은 내가 아니고, 빗속에서 여동생이 미끄러 떨어진 흔적을 찾아낸 것은 그녀가 아니다. 강물에 떠오른 시누이의 시신을 발견한 것은 내가 아니고, 여동생의 시신에 흙을 덮은 것은 그녀가 아니다. 공유한 것보다 공유하지 않은 것이 더 많다. 그녀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만에 또 아이를 밴 것 역시 내 잘못이 아니다, 그것을 하지 않으면 잠들기 전의 어색한 침묵을 견딜 수가 없었다…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갑자기, 한껏 고개를 뒤로 젖히고 날카로운 칼날의 일격을 기다리는 목울대가 떠올랐다. 그 꿈이다. 무슨 징조? 그렇다면 틀림없이 불길한 징조일 것이다.
글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