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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나온 인터넷소설 '그 놈은 멋있었다' 중고생들 열광

입력 | 2003-04-08 18:27:00


‘고등학생 언니가 써서 스토리가 뻔하다 하실지 모르겠지만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로만 눈물을 흘린 소설입니다. 어른들, 저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학교 생활이 어떤지 알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한아영·인터넷 교보문고 독자 서평)

여고생이 쓴 소설이 또래의 감성을 깊이 파고들었다.

‘귀여니’(본명 이윤세·18·사진)의 인터넷 연재 소설 ‘그놈은 멋있었다’(전 2권·황매)가 지난달 15일 책으로 출간된 이후 중고교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지금까지 3만7000여부가 팔려 나갔다. ‘그놈…’은 이 여세를 타고 일부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놈…’은 작가가 충북 제천여고 2학년 때인 2001년 8월부터 ‘다음’의 유머 게시판에 두 달간 연재했던 글. 당시 편당 평균 조회수가 7만∼8만에 달했고 하루에 60통이 넘는 e메일이 작가에게 쏟아졌다. 현재 ‘다음’에만 180개 이상의 팬 카페가 생겼고 귀여니 웹사이트(www.guiyeoni.com) 회원은 3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15일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저자 사인회에는 중고교생 등 10대 독자 3000여명이 몰려 ‘대성황’을 이루기도 했다.

교보문고 홍보팀 홍석용씨는 “줄이 어디까지 이어졌는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작가의 인지도와 주요 구매층을 고려했을 때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평범한 여고생과 거칠고 반항적인 남학생의 사랑을 그린 ‘그놈…’은 일본 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린 시절 에이즈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로 인해 주위 사람들에게 거부당한 경험이 있는 지은성, 은성에게 ‘감히’ 대든 겁 없는 여학생 한예원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예원의 친구 이경원과 은성의 친구 김승표가 이들 주변에서 티격태격하며 ‘감초’ 역할을 한다.

‘예원이 언니가 참 부럽기도 하고…. 이 책에 나오는 사랑 이야기는 모두들 한번쯤 해보고 싶어하는 사랑이다. 간접 경험을 한 거 같아 좋았다. 내가 예원이가 된 듯한 느낌도 많이 들었다’는 한 독자의 이야기처럼 청소년들이 멋진 소설 속 캐릭터를 보면서 자신들의 꿈꾸는 사랑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