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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자살사건, 전교조 “교장단이 자살 몰아”

입력 | 2003-04-09 18:41:00

원영만 전교조위원장(왼쪽)이 9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2가 전교조 본부 사무실에서 서승목 교장의 자살과 관련해 전교조에 책임을 전가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전영한기자


충남 예산군 보성초등학교 서승목(徐承穆·58) 교장의 자살사건과 관련해 9일 전교조가 자살 원인에 대한 지역 교장단의 책임 등을 거론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전교조는 9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교조에 모든 십자가를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기간제 교사의 차 접대 등을 둘러싼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교감과 지역 교장단의 집단 반발로 대화가 중단되고 교장단회의의 억압적 분위기로 인한 심적 부담감과 절망감이 서 교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갔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사건 이틀 전인 2일 예산군 초등 교장단회의에서 전교조의 서면 사과 요구에 대해 교장들의 집단적 반발 분위기가 확대됐고 회의 직후 서 교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며 “교장단회의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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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는 “이번 사태는 여교사에 대한 성차별적 업무 강요, 기간제 교사의 신분 불안정, 초등학교의 봉건적 풍토 등이 중복돼 나타난 사례”라며 “초등학교 현장에 남아있는 불합리한 관행과 질서를 타파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전국 학교를 상대로 성차별 실태조사와 교장 교감 등에 대한 성차별 예방교육, 기간제 교사에 대한 실태조사, 학교 내 분쟁조정기구 설치 등을 제안했다.

전교조는 또 “언론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전교조를 진범으로 단정하고 악의적인 보도로 일관했다”며 “편향 보도에 대해 자료수집이 끝나는 대로 적절한 방법을 통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황석근(黃석根) 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전교조의 무리한 월권적 행위로 빚어진 것인데도 성차별과 교장단회의 등을 거론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라며 “전교조가 과격한 투쟁 방식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예산군 초중등교장단도 “전교조의 주장은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인간교육실현 학부모연대 이경자(李庚子) 사무국장은 “전교조가 우선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랐는데 오히려 공세로 나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강지남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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