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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프로야구]12일 ‘운명의 날’…감독, 찬호 불펜강등 시사

입력 | 2003-04-10 17:48:00


‘위기의 남자’ 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사진)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이다. 여기서 살아남지 못하면 선수생명이 걸린 시련을 맞을 지도 모른다.

텍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10일 박찬호의 불펜 보직변경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신문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지는 이날자 팀 리포트를 통해 박찬호가 1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또다시 실망스런 투구를 할 경우 ‘쇼월터의 결정’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쇼월터는 “이제 세 번째 등판에 불과하지만 찬호에 대해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펜 강등설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쇼월터는 박찬호의 전담 포수 채드 크루터의 방출설도 흘렸다.

텍사스는 현재 주전 포수인 아이너 디아즈를 포함해 토드 그린과 채드 크루터까지 3명의 포수를 25인 로스터에 포함시킨 상태. 한 팀에 포수가 3명이나 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경우다. 쇼월터는 시즌초 당분간 4인 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할 수 있는데다 박찬호를 에이스로 대우한다는 입장에서 크루터를 엔트리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이젠 사정이 180도 변했다. 박찬호의 불펜 강등마저 고려되고 있는 마당에 크루터의 효용가치는 현저하게 떨어졌다. 이에 따라 쇼월터는 “3명의 포수중 한명을 줄일 것”이라며 5선발 라이언 드레스의 메이저리그 승격을 기정사실화했다.

더욱 박찬호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텍사스의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 지역 언론은 하루가 멀다하고 박찬호의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다. 7일 시애틀전에 박찬호를 보기 위해 댈러스 알링턴구장을 찾은 교포는 200여명에 불과했다.

동료들도 박찬호를 보는 눈이 바뀌었다. 자신보다 몇배나 되는 연봉을 받는 고액 선수가 지난해에 이어 2년째 경기 초반부터 난타당한 채 마운드를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박찬호로선 12일 시애틀전이 에이스로서 자존심을 회복하느냐, 불펜 강등의 수모를 감수하느냐가 걸린 운명의 한판이 될 전망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