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시중 자금이 대거 몰렸던 아파트 분양시장이 되레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서울 청약률 급락〓이달 7일 실시한 서울 3차 동시분양 무주택자 우선 청약 경쟁률은 2.9 대 1로 지난해 5월 무주택자에게 우선 청약권을 준 이후 가장 낮았다. 또 강남권 2개 단지를 뺀 나머지 6개 단지에서 모두 미분양이 생겼다.
다음 날 접수한 1순위 청약 경쟁률도 15개월 만의 최저 수준인 17.4 대 1에 그쳤다. 10일 실시한 2순위 청약에서는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서울 동시분양은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보증수표로 통했다. 한때 16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동시분양 인기가 시들한 것은 분양권 전매 제한과 입지 여건이 양호한 단지가 줄어든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실수요자를 위한 무주택자 우선 청약에서도 사상 최저 수준의 경쟁률이 나온 것을 감안하면 수요 자체가 크게 줄었다는 지적이 더 많다.
곽창석 닥터아파트 이사는 “종전에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렸다”며 “그러나 올 들어서는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줄어든 만큼 시장 여건이 악화돼 투자 수요는 물론 실수요도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복합 계약 기피〓지난해 높은 청약 경쟁률과 ‘웃돈(프리미엄)’으로 관심이 집중됐던 주상복합아파트도 울상이다. 지역별 브랜드별로 청약률은 수십대일에 이르지만 정작 수익으로 이어지는 계약률은 바닥을 긴다.
7일부터 이틀간 분양됐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롯데 캐슬 헤론’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68 대 1. 이 회사가 지난해 11월 초에 분양한 ‘롯데 캐슬 골드’의 경쟁률 330 대 1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다.
분양권 프리미엄도 약세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헤론의 프리미엄은 평형에 따라 200만∼3000만원으로 골드(최고 1억원)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인근 LG공인중개사무소 직원은 “분양권을 팔겠다는 사람은 있으나 매수세는 적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분양된 ‘더 (노,로)(the #) 잠실’의 청약 경쟁률은 54 대 1이지만 초기 계약률은 60%에 그친다.
또 2월 강남구 역삼동의 ‘SK 허브 젠’ 역시 아파트 청약률은 6 대 1, 초기 계약률은 50% 수준이었다. 한 달이 훨씬 지난 현재 계약률도 65%를 넘지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청약률은 물론 계약률도 100%에 가까웠다. 또 수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이 붙는 등 주상복합아파트에 대한 투자 열기가 뜨거웠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세중코리아의 한광호 실장은 “‘높은 청약률, 낮은 계약률’은 결국 청약 당첨자가 중도금을 내는 등 중장기적으로 투자할 여력이 없거나 투자 환경을 나쁘게 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서울시 동시분양 청약 실태연도분양
차수분양
가구수신청자수
(명)청약
경쟁률2002745176,122168.8 869639,99057.5 963636,42257.3101763,44119.6111,73158,58933.81260012,32720.5200311889,41650.1255213,72424.933796,58817.4서울시 1순위 기준. 자료:국민은행
고기정기자 koh@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