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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이 선정한 우리분야 최고]기독교

입력 | 2003-04-13 17:18:00


《개신교 목회자와 신학자 및 교계 언론 관계자 등은 설교를 가장 잘하는 목회자로 소망교회 곽선희(70) 목사를 꼽았다. 곽 목사는 대북지원에 가장 열심인 목회자 또는 단체를 묻는 설문에서도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교회 운영에 모범적인 목회자로는 사랑의 교회 옥한흠(65) 목사가, 사회 복지에 헌신적인 목회자로는 ‘밥퍼’로 유명한 다일교회 최일도(46) 목사가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다. 이같은 내용은 동아일보가 목회자와 신학자 일반신자 등 153명에게 설문을 돌려 그 중 50명의 응답을 받아 집계한 결과다.》

이번 설문은 총 10개 항목으로 각 문항마다 3명 혹은 단체를 추천해달라고 했으며 응답자가 1, 2개만 답한 것도 똑같이 결과에 포함시켰다. 이번 설문조사의 특징은 개신교의 개(個) 교회주의의 영향을 받아 다른 문화 분야와 달리 산표가 많았다는 점. 각 항목마다 1, 2표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15∼25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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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선교에 활약한 목회자 및 단체로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67)와 전주 안디옥교회 이동휘(68) 목사가 비슷한 추천을 받았으며 OM선교회가 그 뒤를 이었다.

교회개혁과 사회개혁에 관심있는 목회자로는 대형교회를 나와 개척교회를 시작한 높은뜻 숭의교회 김동호(52) 목사가 많은 추천을 받았다. 두레교회 김진홍(63) 목사와 옥한흠 목사가 그 뒤를 이었다. 한 교계 기자는 “응답자들이 주로 교회개혁 위주로 답변을 해 사회개혁을 위해 활발히 활동한 원로들인 강원룡 박형규 목사 등이 비교적 적은 추천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학문적 업적이 뛰어난 신학자로는 장로회신학대 학장을 지낸 이종성(81) 한국기독교학술원장과 전 총신대대학원장으로 신약학에서 국제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김세윤(56) 미국 풀러신학대학원 교수가 8표로 똑같은 추천을 받았다. 서울장신대 민경배(69) 총장, 크리스챤 아카데미 김경재(62) 원장 등도 상위로 추천됐다.

옥한흠 목사

문화 분야에선 온누리교회 하용조(57) 목사가 압도적 우위로 추천됐다. 장신대 교수인 임성빈(45) 문화선교연구원장, 드라마 토크 영화 설교로 유명한 꿈이있는교회 하정완(44) 목사 등이 뒤를 이었다.

한편 차세대 한국 교회를 이끌 대표자를 묻는 질문에는 2004년초 조기은퇴 예정인 옥한흠 목사가 9명, 옥 목사의 후임으로 예정된 미국남가주 사랑의교회 오정현(47) 목사가 8명의 추천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또 386세대로는 보기 드물게 대형교회를 일군 전병욱(41) 목사와 ‘신학이 있는 목회’를 펼쳐온 경동교회 박종화(58) 목사도 차세대 주자로 부각됐다.

장애인 선교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는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61) 목사는 교회운영의 모범, 사회복지, 대북지원 등 분야에서 골고루 많은 추천을 받았다. 명성교회 김삼환(58) 목사, 덕수교회 손인웅(60) 목사, 이재철(54) 목사, 대학생선교회(CCC) 김준곤(70) 목사 등도 다양한 분야에서 추천을 받았다.

▼설교-대복지원 곽선희 ▼

소망교회 곽선희 목사의 설교는 풍부한 예화와 지적인 내용의 설교로 유명하다.

실천신학대학원 은준관 이사장은 “성경에 충실하면서도 현실의 삶과 구체적으로 연결된 설교를 하기 때문에 울림이 크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본론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 신자들이 이해할 때까지 생활 체험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주제를 다면적으로 접근하면서도 성경의 원뜻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

곽 목사는 시대에 뒤쳐지지 않는 설교를 하기 위해 책과 드라마 영화 등을 많이 본다. 어딜 가든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젊은 세대의 감각에 맞추기 위해 ‘올인’ 같은 TV드라마나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소망교회 최대석 부목사는 “상투적인 교훈식 결론이 아니라 사람들이 간과했던 본질적인 면을 전해주기 때문에 지적이면서도 영성이 충만한 설교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감신대 김홍기 목사는 “곽 목사의 설교는 지나친 비합리적 신앙과 지나친 합리적 신앙 모두를 넘어선 ‘신앙을 전제로 한 이성적 이해를 추구하는 설교’”라고 평가한다.

곽 목사는 대북지원 부문에서도 가장 많은 추천을 얻었다. 그는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보다 먼저 북한에 소를 전달했으며 종교인중 가장 먼저 방북했다.

그의 아버지가 공산당에 의해 총살되는 것을 직접 목격했음에도 민족과 사랑의 이름으로 북한을 돕고 있는 것. 최근엔 수백억원대 프로젝트인 북한 과학기술대 건립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분당소망교회 건립을 둘러싸고 불거진 위장 세습 의혹 등이 ‘명예퇴진’을 앞둔 그에게 마지막 시험이 되고 있다.

▼사회복지 최일도 ▼

“이 시대 목사로서 당연한 일을 한 것인데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다일교회 최일도 목사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압도적인 추천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쑥쓰러워 했다.

최목사가 1988년 서울 청량리에서 나흘간 굶었다는 함경도 할아버지에게 라면을 끊여준 일로 시작한 ‘밥퍼’ 운동은 이제 다일공동체 다일복지재단 다일천사병원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처음 밥퍼 운동을 할 때는 만나는 목회자들이 대부분 ‘왜 목사가 목회를 안하고 이런 일을 하느냐’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목사=목회’라는 인식이 강했죠. 하지만 이젠 목회자가 사회에 관심을 갖고 나눔과 섬김의 사역을 해야한다는 것이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잡은 것 같아 뿌듯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는 생각이다.

“많은 대형교회들이 성전 건축에만 힘을 쏟고 구제와 선교에는 소홀합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 교회에서 구제 선교 예산은 전체의 5%에 불과합니다. 최소한 지역사회에 20% 이상을 되돌려 줘야 교회 본연의 기능을 다할 수 있습니다.”

그는 밥 굶는 사람이 있는 곳에 ‘밥퍼’가 있다는 신념하에 활동무대를 해외로 넓히고 있다. 최근 베트남을 방문해 다일공동체 이름으로 병원과 고아원 건축 허가를 정부로부터 받았다. 앞으로도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 아시아 최빈국에서 ‘밥퍼’ 운동을 추진할 계획이다.

“모든 건 ‘지금부터, 여기부터, 작은 것부터, 할 수 있는 것부터, 나부터’ 해야 합니다. 조금 여건이 좋아지면 해야지 하면 여건이 좋아져도 못하게 됩니다.”

▼문화활동 하용조 ▼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는 ‘문화와 교회’를 결합한 대표적인 목회자로 꼽힌다.

“‘하나님은 없다’고 쉽게 부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교회와 목회자들의 부정적인 모습이 싫을 뿐이죠.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교회를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다보니 문화를 도입한 것입니다.”

문화에 중점을 두는 하 목사의 목회관은 목사 안수 무렵인 1976년 곽규석 구봉서 고은아씨 등 기독교 연예인들을 만나면서 싹텄다. 하목사는 연예인교회 담임목사로 6년간 시무하면서 대중문화에 눈을 떴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그들의 문화에 바탕을 둬야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래서 온누리교회에는 교회는 ‘엄숙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신선한 장면’이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찬양과 율동을 많이 사용한다. 매주 목요일 3000여명이 모여 찬양 집회를 가지며 주일예배에도 유난히 찬양이 많다.

비신자까지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예배’에서는 패션쇼, 발레, 국악과 클래식 공연, 워십댄스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펼친다. 이같은 분위기에 매료돼 교적 없이 교회에 다니는 타교회 신도들도 많다.

전도방법도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모두 모아놓고 하는 부흥회 방식에서 탈피해 세대별 감수성에 맞고 문화적 향기가 느껴지는 형태로 바꾸었다. 최근 열린 44∼55세 여성 대상의 전도집회에서는 호텔 뷔페 못지 않는 분위기에서 치러졌다.하목사는 또 ‘소금과 빛’ ‘목회와 신학’ ‘생명의 삶’ 등 11개의 선교잡지와 1000여종에 가까운 단행본을 발간해 ‘문서선교’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