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을 포함한 한국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한국에서 베풀어 준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지난달 중순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가천의대 길병원 사회사업실장 서향순씨(35) 앞으로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지난해 8월 인천의 조그마한 식당에서 일을 하다 심장판막 질환으로 쓰러져 이 병원에서 무료로 수술을 받고 퇴원한 중국 랴오닝(遼寧)성에 사는 이명숙씨(52·여)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보낸 것.
서씨가 생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을 17개 사회복지단체와 연결해 무료 수술을 주선하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서씨는 중병을 앓고 있지만 수술 받을 돈이 없는 환자나 가족, 이웃들이 사회사업실로 찾아오면 상담을 통해 어려운 사정을 확인한 뒤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러나 재산이 꽤 있지만 무료로 수술을 받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환자도 더러 있어 자치단체와 금융기관 등의 협조를 얻어 환자의 경제적 능력을 꼼꼼하게 살핀다.
사회사업실을 만든 첫 해 환자 65명에게 무료 수술을 받도록 지원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말까지 모두 2269명의 국내 환자들이 이 곳을 통해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통해 건강은 회복했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속을 태우는 환자들에게는 자활후견기관 등에 연락해 생계 대책까지 마련해 주고 있다.
이 병원 의료진은 중국과 캄보디아, 베트남 등에서 매년 의료봉사 활동을 하다 알게 된 외국인 19명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었다.
서씨는 또 98년부터 간병인을 둘 능력이 없는 이 병원 환자들을 위해 무료로 ‘간병 도우미’를 연결해 주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전 10시부터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 등을 위해 무료로 여는 동화구연과 인형극, 미술교실 등의 프로그램을 짜는 것도 그의 몫이다.
서씨는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싶다는 독지가들의 전화가 자주 걸려오는 것을 보면 우리 사회의 인심이 아직은 훈훈한 것 같다”며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환자들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장기이식 관련 업무를 담당하며 지침이 될만한 사례와 이론을 묶은 의료사회사업 임상시리즈 제7편 ‘이식(移植)’을 사회복지사 4명과 함께 발간했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