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 말로(사진)가 최근 발표한 3집 ‘벚꽃지다’는 꽃비가 내리는 봄날 조용히 차를 마시며 들을 수 있는 감미로운 재즈 음반이다. 20, 30대 뿐만 아니라 40대도 편안히 들을 수 있다.
말로는 이 음반에서 블루스(‘어머니 우시네’) 보사노바(‘벚꽃 지다’) 펑키(‘저 바람은’) 등 다양한 장르와 접목된 재즈곡을 선보이며 순수와 낭만을 노래한다.
타이틀곡 ‘벚꽃 지다’는 도입부의 영롱한 하모니카 소리가 가슴이 서늘할만큼 처연하다. ‘언제였던가 꽃피던 날이/한 나절 웃다 고개 들어보니/눈부신 꽃잎 날려/잠시 빛나다 지네’로 시작되는 2절 가사는 시간의 무상함과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1994, 섬진강’은 강물이 흐르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 피아노 연주가 인상적이다. 보컬과 하모니카가 대화를 나누는 듯 번갈아 등장하며 쓸쓸함을 노래한다. 잔잔하게 흘러가던 노래는 후반부 보컬 애드리브로 화려하게 마무리를 짓는다.
‘봄날은 간다’와 ‘엄마야 누나야’의 리메이크곡은 원곡의 서글픔을 한치의 어색함없이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말로는 1993년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그루터기’로 은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하는 동안 재즈에 매료됐다. 1, 2집에서 ‘정말로’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으며 서울 시내 재즈클럽에서는 이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말로는 이번 음반에서 보컬 뿐만 아니라 작곡 편곡 프로듀싱 등 1인 4역을 해냈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