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작 ‘질투는 나의 힘’ 개봉을 앞두고 “결혼을 앞둔 신부처럼 설렌다”고 말하는 박찬옥 감독. 김미옥 기자
영화 ‘질투는 나의 힘’의 포스터 앞에 있는 한 쌍의 연인. “재미있을까?”라고 소곤대는 그들을 바라보던 박찬옥 감독(36)은 “나를 알지 못하는, 앞으로도 알지 못할 이들이 내 영화를 두고 이야기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말했다.
‘질투는 나의 힘’은 한 남자에게 애인을 두 번 빼앗긴 20대 청년 원상에 대한 이야기다. 연적(戀敵)인 문학잡지 편집장 윤식을 질투하면서도 호기심 때문에 그의 주변을 맴돈다.
“요절 시인 기형도의 시 ‘질투는 나의 힘’에서 제목을 따왔어요. 마지막 구절이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이예요. 이처럼 타인과의 팽팽한 긴장관계가 20대인 것 같아요. 원상의 모습이 시와 많이 닮았어요.”
그가 미술 교사로 4년째 재직하던 어느날, 청년기가 가고 있다는 위기감에 어지러웠다. 이때 그의 나이 27세. 곧장 퇴직하고 한양대 연극영화과에 편입했다.
“인생을 너무 길게 보면 모험을 할 수 없어요. 삶의 마지막을 마흔 정도로 설정하면 무슨 일이든 새로 시작할 수 있죠.”
그는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 제작 현장에서 조감독을 지냈다. ‘질투는 나의 힘’은 일상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는 홍상수의 작품과 닮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어디가 비슷해요? ‘질투는 나의 힘’은 통속적인 드라마예요. 그런데도 닮았다면 아마 주인공을 미화하지 않고 자연인의 모습 그대로 내버려두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호기심이 많다.
‘오! 수정’ 촬영 당시 문성근이 따귀맞는 장면을 찍을 때였다. 10여차례 NG가 나는 바람에 문성근은 뺨이 벌개질 정도로 맞았다. 그 때 조감독이던 박찬옥은 문성근에게 다가와 “저…, 이럴 땐 어떤 느낌인지 시간나면 말해달라”고 말했다. 대답은 듣지 못했지만 그는 궁금한 것은 묻지 않고 못배긴다.
“사람들은 미스티리어스(Mysterious)해요. 정확히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싶을 만큼…. 애인을 빼앗은 이를 미워하면서도 가깝게 지내는 원상을 이해할 수 없다고들 하는데, 나의 이런 생각 때문에 알다가도 모를 인물을 영화에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