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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일본서 개인전 여는 '스타 전문 사진작가' 조세현

입력 | 2003-04-14 18:17:00


조세현의 카메라 앞에 선 연예인들은 “벌써 끝났어요?”란 말을 곧잘 한다. 촬영시간 4시간 중 그가 카메라를 드는 시간은 마지막 1시간뿐이다. 나머지 3시간을 그는 “고민이 뭐죠?” “당신에 대해 솔직하게 말해요” “오늘 기분이 어때요? 우울해요?” 같은 말을 건넨다. 상대를 느끼고 이해한 다음이라면 사진은 ‘후다닥’(그의 표현) 찍힌다.

“신뢰가 전부죠. 작가를 믿으면 스타들은 불가능한 에너지와 용기도 내니까요.”

그 때문일까.

가수 노영심도 “선생님 앞에선 환상에 빠지는 것 같아요. 정말 내가 예쁜 것처럼 생각돼요”하면서 그의 렌즈 앞에서 ‘정말 예쁜’ 포즈를 취했다.

20여 년 간 연예계와 스포츠계, 문화예술계 스타들의 인물사진을 전문으로 찍어온 사진작가 조세현(45).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스타들은 낯설면서 새롭다.

그는 “드라마 속 어떤 캐릭터도, 사생활에 관한 어떤 소문도 그들을 만날 때는 깡그리 잊는다”며 “내가 카메라에 담는 것은 그들의 ‘이미지’가 아닌 그들 ‘자체’”라고 말했다. 매니저와의 염문에 한창 시달리던 탤런트 이태란에 대해 조세현이 결정한 촬영 컨셉트는 ‘지나칠 정도로 진지한 커리어우먼’이었다.

그는 대상의 본질적 이미지를 반전시키기도 한다. 이혼 직후 앨범 재킷 사진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영화배우 이미연과 조세현은 이런 대화를 나눴다. “우울해 하지 마. 이번 기회에 인생을 바꾸자. 맑게, 투명하게.”(조세현) “제가 맑고 투명하게 보일 수 있을까요?”(이미연) “눈물.”(조세현) “울면 우중충할 텐데….”(이미연) “슬퍼서 울면 그렇지. 내가 원하는 건 기쁨이야. 감격의 눈물.”(조세현) 이 사진이 담긴 컨필레이션 앨범은 한해동안 166만장이 팔렸다.

조세현은 “내 작품의 핵심은 눈동자에 반사되는 변화무쌍한 빛”이라고 했다. “전도연의 눈빛에는 아이에서 팜므파탈(악녀)까지가 담겼다. 김민희의 눈빛에선 미치기 직전의 신기(神氣)가 뛰쳐나오려 하고…”라고 했다. 그래서 일까. 얼굴과 눈빛 이외의 것들은 그의 사진에선 단순화된다. 귀걸이나 목걸이도 없으며, 차림새가 부각되는 경우도 드물다. 연주자는 악기 없이 등장한다. 조세현이 찍은 자신들의 사진 위에 가수 나훈아는 “이 속에 내가 살아있다”고, 영화배우 심은하는 “만져보고 싶다”고, 탤런트 김민희는 “선생님 저를 가만히 놔두세요”라고 직접 소감을 썼다.

일부에선 “조세현의 사진은 10년이 지나도 똑같다. 다 똑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다 똑같게 찍는 게 얼마나 어려운 지 아느냐”고 되물었다. 광고주와 의뢰자의 입김에서 고집을 지키는 건 그만큼 어렵다.

지금껏 그에게 유일하게 좌절을 안겨준 인물은 미당 서정주(2000년 작고). 원고지를 ‘삐라’처럼 하늘에 흩날리는 시인의 모습을 낮은 앵글로 잡을 요량이었다. 그러나 미당은 “원고지를 값없이 던지는 꼬락서니가 무슨 시인의 모습이냐”며 역정을 내고 다시는 촬영에 응하지 않았다.

조세현은 일본의 전자·광학 회사인 교세라 초청으로 17일부터 도쿄 중심부 긴자(銀座)의 콘탁스 살롱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일본 초청 개인전을 여는 것은 국내 인물전문 작가로는 처음. 조수미 장영주 강수진 고소영 전지현 안정환 등 문화 예술 연예계 스타를 담은 작품 51점을 선보인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