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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의 농구에세이]허재! 그대는 영웅이오

입력 | 2003-04-14 18:17:00


허재!

당신은 영웅이오. 농구 천재, 농구 대통령, 농구 9단 등 당신을 칭송한 많은 표현이 있었으나 이 순간 당신은 우리의 영웅이요. 당신 팀이 설령 우승을 못했더라도 이미 당신은 영웅이 되어 있었소. 언제부터인가 이 사회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아직 남아있는데 무대 밖으로 떠밀려 나가야하는 당신의 친구와 선배들이 있어왔소. 숨죽여 살아오던 그들이 당신의 뛰는 모습을 보고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하오.

허 선수!

98년 봄 소속 팀이던 기아는 준우승을 했지만 허재는 기자단의 투표에서 MVP를 차지한 적이 있었소. 참으로 환상적인 플레이였지. 그리고 나서 영원할 것 같던 기아와의 결별을 선언하지 않았소? 그 이유는 기아가 앞서 우승하면서 당신의 자존심을 철저히 짓밟았던 때문으로 기억하고 있소. 허재는 불성실한 훈련태도로 벤치를 지켜야만 했으니까. 이후 안성 중앙대 체육관에서 외로이 운동하던 중 나래(TG의 전신)로 이적을 하고. 그 첫해 올 시즌 함께 뛰었던 존슨과 4강까지 오르는 성적을 남겼지. 그해 당신이 떠난 기아는 준우승을 하고.

허 코치!

솔직히 말해서 지난 한 두 시즌 당신이 부상에 시달리며 좋은 경기를 못하고 있을 때, 젊은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고 힘이 부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줄 때 '허재도 이제 갔어' 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수근대기도 했소. 정말 미안한 일이지만 때로는 나도 그들 안에 있었소. 나와 같이 어리석은 이들은 당신이 그냥 그렇게 끝나는 줄 알았으니까. 5차전에서 큰 부상을 당했지만 만일 7차전까지 갔다면 허재는 기어서라도 나왔으리라 생각하오. 우승을 했으니까 하는 얘기지만 김승기를 봐서는 얼마나 잘된 일이오. 다른 팀에 가면 당장 주전일 승기가 허재형 뒤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많았겠소.

허형!

갑작스런 존칭은 이제 당신을 존경하기로 했기 때문이오. 모름지기 천재는 태어나는 것이지만 영웅은 세상이 만들어 내는 것으로 생각되오. 그러기에 허재는 이제 농구 코트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의 청소년을 책임져줘야 합니다. 그들에겐 언제나 '위대한 영웅 허재'일 테니까. 내년 원주 개막전에서 봅시다.

한선교/방송인 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