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일가의 사생활과 주민 통제 실태를 보여주는 단서가 13일 공개됐다.
▽후세인 ‘안가(安家)’ 발견=더 타임스는 13일 미군이 바그다드 시내 부유층 거주지에서 후세인 대통령의 ‘밀회 장소’나 ‘안전가옥’으로 보이는 2층짜리 집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집안 곳곳은 다른 대통령궁처럼 화려하게 장식됐다. 특히 벽과 침실에는 후세인 대통령이 금발의 미인과 찍은 사진이 여러 장 있다. 침실에는 여체 모양의 램프, 분홍 파랑 노랑 등 색색의 베개가 놓여 있다. 움푹 파인 곳에 놓인 대형 침대의 양옆은 대형 거울로 꾸며졌다.
▽후세인 장남의 궁전=바그다드 교외 카라다에 있는 후세인 대통령의 장남 우다이의 궁전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그의 속내를 보여주는 편지들이 발견됐다.
미 시사주간 타임 최신호 등에 따르면 우다이는 날짜 미상의 한 편지에서 “아버지는 역사에 남고 싶어 하지만 따뜻한 마음씨라고는 남아 있지 않으며, 내 마음에도 아버지에 대해서는 사랑도 관대함도 없다”고 썼다.
1990년에 숙부에게 보낸 한 편지에는 “사람들이 우리를 죽이려 하기 때문에 후세인가의 일원으로 남아 있기 어렵다”고 쓰여 있다.
지하실의 안전금고에서는 불탄 미화 100달러, 50달러짜리 지폐 조각들이 재에 섞여 있었다. 한 이웃 주민은 “우다이는 그걸로 담뱃불을 붙였다”고 주장했다.
이 궁전은 우다이가 여자친구들을 데려와 노는 ‘사랑의 둥지’ 역할을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여러 명의 여자친구들이 보낸 연애편지 중 하나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들을 때마다 나를 생각해 달라”고 적고 립스틱 키스마크로 겉봉을 봉했다.
▽비밀경찰 문서 발견=후세인 대통령 차남 쿠사이가 이끈 이라크 특수 보안기구 본부 지하에서는 축구경기장 2배 크기의 거대한 사무 공간이 발견됐다. 한 사무실에는 100만여명에 관한 자세한 신상정보가 담긴 방대한 파일이 있었다고 미국 CBS방송이 12일 보도했다. 더 타임스는 수만건의 서류가 타다 만 채 아니면 분쇄기 주변에 널린 채로 발견됐으며, 개인별 파일에는 친정부 집회 참석 여부에서부터 ‘수다쟁이’ ‘부인은 잘 얻었음’ ‘여동생이 형편없음’ 등 주관적인 내용까지 적혀 있었다고 전했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