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여성대통령(왼쪽)과 여성총리
핀란드에 '여인시대'가 열렸다. 세계 최초로 여성 대통령과 여성 총리가 국정을 이끌어 나가게 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총선에서 승리했던 중도당의 아넬리 예텐마이키(48) 당수가 14일(현지시간) 사회민주당과 스웨덴인(人)당과의 연정 구성에 성공해 핀란드 사상 첫 여성 총리가 됐다. 2000년 취임한 타르야 할로넨 현 대통령(60·사민당) 역시 핀란드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할로넨 대통령과 예텐마이키 총리는 총선 전까지 여야로 나뉘어져 맞서 왔으나 이번 연정 구성으로 '같은 배'를 타게 됐다. 할로넨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당시 중도당의 에스코 아호 당수를 누르고 대통령이 됐고 예텐마이키 총리는 패배한 아호 당수의 뒤를 이어 야당인 중도당을 이끌어 왔다. 야당 시절 사민당 정권을 신랄하게 비난했지만 이제는 할로넨 대통령과 협력해야 할 입장이 된 예텐마이키 총리는 "모든 계층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고 말했다. 농민당의 후신인 중도당과 온건좌파인 사민당이 주축이 된 새 연정은 양당의 상징을 합쳐 '적토(赤土·red earth) 정부'로 불리게 됐다.
할로넨 대통령과 예텐마이키 총리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예텐마이키 총리는 중도좌파 연립정부(1994∼95년)에서 법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번 총선 이후 하마터면 여성이 핀란드 정계를 석권할 뻔했다. 총선 직전 리이타 우오수카이넨(60) 전 의회 의장이 정계를 떠나지만 않았더라도 국가 원수, 내각수반과 함께 입법부 수장까지 여성이 차지하는 상황이 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도 헬싱키의 에바 리타 시토넨 시장 등 핀란드 정계에서 여성파워는 막강하다. 지난 내각 각료의 3분의 1이 여성이어서 첫 여성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에서는 여성 장관이 몇 명이나 나올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