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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공연]셰익스피어 유일한 잔혹극, '타이터스…'

입력 | 2003-04-15 17:47:00


“어떻습니까. 세상이 잔혹하지 않습니까. 고전이지만 요즘 사회와 잘 맞아떨어지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국립극단(단장 박상규)이 선보이는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Titus Andronicus)’는 셰익스피어의 유일한 ‘잔혹극’이다. 살인만 14차례나 나오고 강간과 손발 절단, 식인, 생매장 등 온갖 엽기적인 요소가 등장한다. 이런 잔혹성 때문에 16세기 셰익스피어 당대에는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 무대에서 외면당했었다. 1955년 로열 셰익스피어극단이 공연하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기성 극단의 공연으로는 초연이다. 번역과 연출은 국립극단 예술감독 김철리(50·사진)씨가 맡았다. 지난해 초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처음으로 연출하는 작품이다.

“그 동안은 단원들이 다양한 연출자를 경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젊은 연출자들에게 무대를 양보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국립극단에 오기 전부터 눈독을 들였던 작품입니다. 원전의 문학성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극의 전개가 빠르고 지루하지 않아 꼭 해보고 싶었습니다.”

연극은 로마 장군 타이터스 앤드러니커스가 고트족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개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포로인 고트족 여왕 타모라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타이터스는 그녀의 맏아들을 죽인다. 이후 타모라는 로마의 새 황제 새터니어스를 유혹해 황후가 되고 타이터스를 향한 그녀의 복수극으로 극이 전개된다.

“무대를 입체적이면서도 상징적으로 꾸몄습니다. 이런 무대에서 정(靜)과 동(動), 침묵과 장광설이 교직(交織)하는 작품으로 만들어볼 계획입니다. 잔혹극이라고는 하지만 시각효과에 의한 ‘기술적’인 잔혹성보다는 관객이 내면에서 섬뜩한 느낌을 받게되는 연극이 될 겁니다.”

김감독은 “그 동안 한국에서의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번역과 연출 과정에서 문학성만이 강조되거나, 실험적 형식으로 무대에 올랐다”면서 “이번 공연에서는 셰익스피어 작품이 가진 근본적인 ‘맛’을 살리면서 대중성까지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문수, 문영수, 권복순, 최원석 등 출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18일∼25일. 평일 7시반. 토요일 3시, 7시반. 일요일 4시. 1만5000∼2만원. 02-2274-3507∼8

주성원기자 s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