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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위 대북결의안 관련 해설

입력 | 2003-04-16 14:31:00


유엔 인권위가 대북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북한의 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북한 인권상황이 심각하다는 국제적 공감대는 있었으나 이 문제가 유엔 등 국제기구의 공식 의제가 된 일은 없었다. 남북관계를 고려한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문제를 이슈화하는데 반대했기 때문. 지난 해 김대중(金大中) 정부는 유럽연합(EU)의 대북 인권 결의안 제출을 반대, 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은 유엔인권고등판무관(UNHCHR)에 북한과 인권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 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프로세스를 밟게 됐다. UNHCHR가 북한에 대화를 요구하면 북한 인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우리에게는 인권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고 있어 유엔과의 인권 대화나 접촉을 거부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유엔 인권위는 후속 결의안 채택 등을 통해 북한에 압력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한마디로 북한 인권상황이 유엔의 감시 감독 아래 놓이게 된 셈.

결의안을 제출한 유럽연합(EU)과 북한의 관계는 급속 냉각될 전망이다. 2001년 5월 당시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요란 페르손 총리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북한과 EU는 관계 개선을 시도했었다. EU 15개국 가운데 프랑스와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이 북한과 수교했다.

그러나 북한이 EU가 수교 당시 기본 원칙으로 제시한 인권 개선 요구를 무시한데다 지난 해 핵문제까지 일으키자 EU가 북한을 보는 자세는 냉담해졌다. 제네바의 외교 소식통들은 이번 결의안에서 북한이 '인권침해 국가'로 규정됨에 따라 북핵문제에 대한 EU 내의 여론도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로 별개로 보이는 북한 인권과 핵 문제가 사실은 연결돼 있는 상태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번 결의안의 '공동 제안자(Co-Sponsor)'로 참여했다. 인권위 회의에서 북한을 '지구상의 지옥(Hell on Earth)'이라고 비난했던 미국은 결의안에 더욱 강한 문구를 담도록 EU측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EU 측에 북한의 일본인 납치에 대해 '미해결 문제의 분명하고 투명한 해소'를 촉구하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요구했다. 탈북자의 북한 송환으로 국제 인권단체의 지탄을 받고 있는 중국은 이번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제네바=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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