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 호가(呼價)와 매매가(賣買價)가 있다.
호가는 말 그대로 부르는 가격, 매매가는 실제로 거래되는 값이다. 호가가 ‘꿈’이라면 매매가는 엄연한 ‘현실’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도 꿈과 현실 사이에서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판단력이 흐려져 호가에 속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상투’를 잡아 속앓이를 하는 투자자도 많다.
최근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의 시세가 급등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그러나 현장을 둘러보면 급등하는 것은 호가일 뿐 매매가가 아니다. 종종 매매가가 오르기도 하지만 대세는 ‘호가 상승’이다. 왜 호가가 오르는 걸까.
최근 호가가 급등한 단지를 꼼꼼히 살펴보자. 하나같이 뛰어난 입지 조건을 자랑한다. 집주인도 상당한 ‘자산가’로 분류된다. ‘팔아도 그만, 안 팔아도 그만’인 사람이 많다. 쉽게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은행 금리도 영향을 미친다. 매도자는 수신금리, 매수자는 대출금리에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요즘 수신금리는 4%대, 대출금리는 6%대 수준이다. 집 판 돈을 은행에 넣자니 이자소득이 신통치 않다. 하지만 수요자는 저금리를 이용해 투자를 생각한다. 결국 부동(浮動) 자금이 생겨 호가를 띄우는 시장 구조가 형성돼 있다.
취득세 등록세 양도세 등 거래비용도 큰 몫을 한다. 상품 가격이 비싸다 보니 거래비용은 수천만원에 이르기도 한다. ‘본전’을 떠올리면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
가끔 시세보다 싼 물건이 ‘급매물’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나올 때도 있다. 원래 시장 가격은 그렇지 않은데 예외적으로 싼 물건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가격방어 차원에서 ‘면죄부’ 역할을 할 때가 더 많다.
소비자는 헷갈린다. 무엇을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할지 난감하다.
부동산 고수(高手)들은 호가에 연연하지 말고 매수문의와 거래량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매수문의와 거래량이 모두 증가하면 값이 더 뛸 가능성이 높다. 또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차이가 크면 당분간 거래가 성사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투자하기 전에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다. 반드시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2, 3곳을 ‘교차확인’해 ‘호가의 덫’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