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는 것인데 지금까지 전쟁을 억지해온 것처럼, 이제는 보다 큰 억지력으로 이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둘째는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것인데 한국이나 미국은 그럴 계획이 없습니다.”
별 셋을 단 정복 차림의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의 설명에 좌중에선 웃음이 터져 나왔다. 14일 뉴욕 맨해튼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장의 풍경이었다. 과거엔 경제정책이나 투자여건을 설명하던 자리에 군과 외교(반기문 대통령외교안보보좌관) 쪽에서도 동석해 투자자들을 안심시켜야 하는 것이 오늘의 한국 현실이다.
북핵 문제가 다시 불거진 직후인 지난해 말부터 월가에서는 “한국 경제 설명회 때는 늘 비슷한 경제상황 이야기만 하지 말고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북핵 문제 등을 말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그로부터 4개월 만에 한국정부가 이번과 같은 자리를 만든 셈이다. 북한이 다자간 대화에 나설 의향을 밝혀 북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감이 다소 줄어들었지만 설명회장을 찾은 투자자들의 질문은 여전히 북핵이나 한미관계에 집중됐다.
북핵 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한미관계의 악화조짐이 보이던 3월 반 보좌관과 차 실장은 미국과 투자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뉴욕을 찾았다. 이들은 김 부총리와 함께 무디스를 다시 방문했다. 반 보좌관은 “지난달엔 검사가 피의자 심문하듯 따져 물었는데 이번엔 회장 사장과 등급평가위원 전원이 직접 참석하거나 화상을 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달라진 무디스의 분위기를 전했다.
뉴욕 증시는 14, 15일 이틀간 강세를 보여 투자자들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전쟁과 기업실적 부진이라는 이중 안개 속에서 시장상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질 만하다. 언제나 대세흐름을 알 수 있을까. 월가 사람들은 5월이나 6월은 돼야 한다고 또 미룬다. 기업실적의 경우 15일 장을 마친 직후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예상보다 좋은 실적을 공시해 낙관론을 더 키웠다. 그러나 경기회복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지표인 고용경제지표 등은 파란불까지 갈 길이 멀다. 다른 지표들은 들쭉날쭉해서 ‘절반의 물’을 절반이나 남은 것으로 볼지, 절반밖에 없는 것으로 볼지, 월가 사람들도 판단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