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떼 돈이 생기면 행복할까. 꿈 꾸던 대박이 현실로 이뤄지면 어떠한 마음일까. 정작 엄청난 돈 벼락을 맞으면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 순간적인 충격을 견뎌낼 수 있을까.
지난 12일 19회차 로또 공개 추첨에서 국내 복권사상 최고 금액인 407억원에 당첨된 사람은 당초 '회사원'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강원도 지역 한 관공서에 근무하는 공무원 P씨(39)로 확인됐다.
P씨는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동관에 들러 당첨금 407억원 가운데 세금을 제외한 317억6390만원을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령액은 연 4%의 이자로 은행에 맡길 경우 매월 1억2000만원의 이자수입이 생기고, 하루 이자만도 400만원에 달한다.
그는 당첨금을 찾아간 지 하루만인 16일 직장에 사표를 제출하고 부인을 비롯한 가족과 함께 자취를 감췄으며, 미국으로 가기 위해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역시 같은 분야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의 남동생(36)도 사표는 제출하지 않았으나 17일 현재 행방을 감춰 연락이 닿지 않고 있는 상태다.
주변 사람들에 따르면 P씨는 복권에 당첨된 뒤 최근 며칠사이 얼굴이 붓고 입술이 불어터지는 등 매우 피곤해 보였으며, 당첨 문제로 매우 고민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복권에 당첨된 뒤 당첨금을 어디에 쓰겠다고 밝힌 적은 없으나 동료 공무원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사직에 놀라워하고 있다.
이들은 그가 자취를 감춘 것에 대해 "좀 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앞날의 계획을 세워도 될텐데 좀 성급했던 것 같다"며 "마음 고생이 그렇게 심한 걸 보면 거액 복권당첨을 꼭 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했다.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