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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의 테마여행]위대한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 바르셀로나

입력 | 2003-04-17 17:16:00

가우디의 대표적인 건축물로 꼽히는 성가족 성당. 착공 100년이 지났지만 완공되려면 최소한 3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건축가에 의해 도시의 모습들이 차례로 완성됐다. 그리고 죽은 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무덤 속에서 쉬지 않고 건축물을 짓고 있다. ‘20세기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추앙받는 안토니오 가우디(Antoni Gaudi·1852∼1926)의 이야기다.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방에서 출생해 그 곳에서 활동하며 수많은 건축물을 남긴 그는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와 단단한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 덕분에 여행자들은 이 도시를 방문하기에 앞서 마치 입문서를 펼치듯 가우디와 그가 남긴 흔적들을 더듬는 독특한 건축 기행루트를 짜보게 된다. 단지 가우디가 설계했다는 이유만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이 되고 관광명소가 된 장소들은 바르셀로나를 이해하는 훌륭한 관광코드가 되기 때문이다.

● 아름다움을 숭배한 고독한 사제

카탈루냐 지방의 레우스에서 금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난 가우디는 바르셀로나의 건축학교를 졸업했다. 그가 처음 세상에 알려진 것은 1878년 파리만국박람회에 출품한 진열장의 디자인 때문이었다. 당시 이것을 유심히 살펴보던 대부호 돈 에우세비오 구엘은 그 독창성과 대담함에 주의를 기울였고 곧 자신의 저택과 공원, 그리고 다른 건축물의 설계를 의뢰했다.

미래도시의 주거환경을 엿볼 수 있는 구엘공원 입구. 가우디 박물관도 이곳에 있다.왼쪽 사진은 곡선으로 지어져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카사밀라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사진제공 김문조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처럼 구엘은 가우디라는 천재가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세상의 문을 열어준 후원자였던 셈이다. 위대한 천재 예술가와 당대 사교계의 진보적인 인사와의 만남과 우정은 1918년 구엘이 죽기 전까지 40년간 계속됐다. 이 기간에 가우디가 구엘의 의뢰로 만든 뛰어난 작품들은 지금도 바르셀로나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우디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으며 아버지와 조카딸이 유일한 가족이었다. 1882년 그 유명한 성(聖)가족 성당(Sagrada Familia)을 지으면서 신앙심이 깊어진 그는 말년에는 거의 성당에서 살다시피하면서 소박한 생활을 했다. 사망하던 날도 저녁 기도를 위해 성당을 찾아가다가 전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그는 신의 섭리에 따라 성당이 지어진다고 굳게 믿었고 그런 신념은 착공 100년이 더 지난 지금까지도 공사가 진행되는 성가족 성당의 모습에서도 보인다. 바르셀로나 사람들은 기부금으로 지어지는 이 성당이 완공되려면 최소한 3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자연을 재해석해 지어진 뛰어난 건축물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특유의 정서와 미감이 돋보이는 지방색이 강한 곳이다. 이곳 출신의 뛰어난 화가인 미로(1893∼1983)와 청소년기에 이 지방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한 피카소(1881∼1973)도 그런 독특함을 잊지 않은 예술가들로 기억된다. 하지만 가장 카탈루냐적인 예술가란 호칭은 언제나 가우디의 몫이었다.

가우디는 ‘독창적이라는 말은 자연의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한다’고 했다. 그는 그가 만든 거의 모든 건축물에 이 순수한 원리를 적용했다. 그가 남긴 건축물은 바르셀로나시와 인근에 9개의 건축물, 그 외 다른 지역에 세운 3개 정도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작품은 성가족 성당이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주제로 한 이 성당은 옥수수 모양의 탑이 중심을 이룬다. 높이가 107m인데 겉으로 봐서는 완성된 것 같지만 내부와 그 주변은 아직도 철근 구조물들로 쌓여 있다. 전체적인 곡선과 기하학적인 문양도 훌륭하지만 그리스도의 강림을 주제로 한 생동감 넘치는 돌조각들이 특히 시선을 끈다. 건물 안에는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면 도중에 있는 몇 개의 돌창들을 통해 바르셀로나 시가지를 내려다볼 수 있어 석양 무렵 도시가 붉은 빛으로 잠겨드는 아름다운 모습을 음미할 수 있다.

가우디의 또 다른 작품은 카사 밀라. 잘라진 돌들을 그대로 쌓아 올렸기 때문에 라 페드레라(La Pedrera)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기묘한 스타일의 저택은 ‘곡선’으로 이루어졌다.

산을 모티브 삼아 건축된 이 건물은 가우디의 다른 건축물들 -구엘 공원, 구엘 주택 등-과 함께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다.

후원자였던 구엘의 요청으로 지어진 건물들 역시 중요한 관광명소이다. 그중 구엘별장은 바르셀로나 페드랄베가 7번지에 있는데 지금은 가우디 건축대학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문의 철제문은 동양적인 용 문양을 사용하였는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황금사과를 지키는 용과 헤라클레스를 형상화했다. 다양한 색깔의 벽돌들을 사용해 건물의 화려함을 강조했고 내부 사무실에는 가우디 스타일의 동물 문양을 접목했다.

구엘공원은 예술적 가치 뿐만 아니라 미래 도시로서의 살기 좋은 주거환경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흥미롭다. 공원내 주택중 한 채엔 가우디가 살았었고 현재는 가우디 박물관으로 변신해서 그가 디자인한 가구 등이 전시되어 있다.

여행칼럼니스트 nolja@worldpr.co.kr

● 여행정보

1. 찾아가는 길

우리나라에서 스페인 바르셀로나까지는 직항편이 없다. 유럽노선을 이용, 다른 도시로 이동한 후 연결하는 게 편리하다. 수도인

마드리드까지는 프랑크푸르트나 암스테르담을 경유하는 항공편이 있다. 대한항공(02-2656-2000)의 경우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가 매일 출발한다. 인천-프랑크푸르트는비행기로 11시간 50분 정도, 다시 마드리드까지는 2시간 반이 걸려 모두 14시간반 정도 걸린다.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10분 걸린다.

2. 테마 상품 정보

성가족 성당의 입장료는 8유로이고 시즌에 따라 개관시간이 다르다. 4월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고 연중 무휴지만 1월1일과 성탄절은 휴관한다. 가우디의 건축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테마여행 상품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 코스로

바르셀로나와 빌바오, 세비야, 그라나다가 포함된다. 열흘 기준

패키지 요금은 270만원에서 289만원 정도. 문의는 르네상스 여행사(02-773-7733).

3. 기타

스페인에 관한 일반정보는 스페인 관광청(02-722-9131 / www.okspain.org)과 주한스페인대사관(02-794-3581)에서 얻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스페인 방문의 해로 1년 동안 다양한

문화행사와 기획전시회가 개최된다

(http://www.2003esk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