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과 사스(SARS)가 사람들의 관심을 온통 사로잡는 상황에서도 봄은 졸음과 함께 어김없이 곁에 와 있다.
얼마전 일본에서는 고속전철 신칸센의 기관사가 졸음 운전을 하다 긴급 정차하는 사고가 있었다. 최첨단 자동운전 시스템을 갖췄다지만 최고 시속 300km, 평균 시속 270km에 이르는 신칸센의 운전대를 잡고 졸았다니….
수면 부족은 이처럼 치명적인 사고나 죽음을 부르지는 않더라도 현대인의 업무 수행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우리는 충분한 잠을 보장 받고 사는가? 그러지 않은 것 같다. 남들과 똑같이 자면서 어떻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 남느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4시간 영업을 하는 찜질방은 사람들로 넘쳐나고 스포츠센터에는 잠을 쫓아가며 땀을 내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계속된다. 그렇게 밤을 보내고 사람들은 부족한 잠을 쫓으며 일상에 복귀한다.
시카고대의 코터 박사는 숙면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노화와 결정적인 관계에 놓인 성장 호르몬은 깊은 수면 중에만 분비되기 때문에 숙면하지 못하면 그만큼 호르몬 분비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숙면이 길수록 성장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 것은 분명하다는 존스 홉킨스대 의대 블랙먼 박사의 연구는 코터 박사의 이론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건강에 좋은 수면 비결은 뭘까? 첫째 적당한 베개, 온도, 이불을 갖추자. 이상적인 베개 높이는 6∼8cm. 뒤척임을 계산해서 너비는 약간 넓은 것이 좋겠다. 이불은 흡수성이 좋고 보온성이 적당한 것으로 고르자. 너무 무거운 이불은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좋지 않다. 매트리스는 엉덩이와 등의 압력을 잘 받아주는 것으로 면 소재가 좋다. 침실 온도는 18∼20도가 적당하다.
둘째 취침 전에 카페인이 든 음료는 피한다. 카페인은 깊은 수면을 방해하고 또 배설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잠자리 들기 4∼6시간 전에는 삼가는 게 좋다.
셋째 억지로 잠을 청하거나 반드시 7시간 이상은 꼭 자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린다. 술이나 운동,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것 등은 불면증 환자들이 애용하는 방법들이다. 하지만 음주는 숙면을 방해하기 때문에 낮에 더욱 피로를 느끼게 한다. 운동이나 전신욕은 체온을 급격히 올려놓기 때문에 잠들기 어렵게 만든다. 꼭 자야지 하면서 누워 있으면 되레 정신이 말똥말똥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럴 때는 졸릴 때까지 기다려본다.
잠은 조물주가 준 대가 없는 유일한 선물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잠을 포기할 만큼 중요한 게 우리 삶에서 몇 가지나 될지 생각해 보자. 그것들이 과연 조물주의 선물보다 더 값진 것인지를….
이무연 제롬 크로노스 원장·의사 mylee@GeromeKron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