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에 이어 '엑스맨 2'에서도 메가폰을 잡은 브라이언 싱거 감독.
“성장하면서, 특히 성인으로 진입하는 관문인 사춘기에 누구나 한번쯤 나는 왜 이렇게 남들과 다른가, 세상과 어울려 살려면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스스로를 돌연변이처럼 느끼는 시기를 통과하면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15일 (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만난 SF액션 영화 ‘엑스맨 2’(X-Men 2·5월 1일 개봉)의 감독 브라이언 싱거는 이 영화가 “규모는 커졌어도 여전히 이해받지 못하는 아웃사이더나 부적응자에 대한 편견의 위험성을 다룬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60년대의 미국 인기만화가 원작인 ‘엑스맨’은 유전자 변형으로 초능력을 갖게 되었지만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돌연변이들의 모험을 그린 SF액션. 만화 팬들의 회의적 반응에도 불구하고 3년전 제작된 ‘엑스맨’ 1편은 세계에서 3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며 이후 ‘스파이더 맨’등 인기 만화가 속속 영화화되는 기폭제가 됐다. 1편의 성공에 힘입어 제작된 속편 ‘엑스맨 2’는 1편의 주요 등장 인물에 더해 새로운 세대의 엑스맨들이 등장하고 액션의 규모도 더 장대해졌다.
1,2편 모두 연출을 맡은 브라이언 싱거는 1995년 최고의 반전을 보여주는 스릴러로 격찬 받았던 ‘유주얼 서스펙트’의 감독. 1999년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이후로 줄곧 ‘엑스맨’ 시리즈에만 매달리고 있다.
‘엑스맨’의 무엇에 그토록 매혹됐는지 묻자 “여러 층위로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액션 장면만 즐기면 되는 이벤트 영화로 볼 수도 있고, 캐릭터들의 다양함에 포커스를 맞춰 볼 수도 있는 영화다. 또 스스로를 섞이지 못하는 존재로 여기는 정체성의 위기, 성장기의 공포를 눈여겨볼 수도 있고,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용의 중요성에 초점을 맞춰 정치 사회적 함의를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특히 다른 사람을 만지기만 해도 기를 모두 빼앗는 저주스러운 능력 때문에 사랑조차 할 수 없었던 돌연변이 로그 (아나 파킨)가 2편에서는 스스로를 극복하고 관계 맺기에 성공하는 에피소드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는 “얼핏 비주류 독립영화의 소재로나 어울릴 아웃사이더들의 이야기를 갖고 메이저 영화사에서 대작 규모의 영화를 만들어보는 것은 내게도 일종의 모험”이라며 “‘엑스맨 2’는 속편이 아니라 전설의 다음 단계”라고 덧붙였다. “결이 다양한 영화의 매력이 지속되는 한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24살 때 데뷔작 ‘퍼블릭 액세스’로 ‘천재’소리를 들으며 데뷔한 싱거 감독은 ‘스타 워즈’처럼 인간의 보편적 주제와 보는 이의 잠재의식을 건드리며 전설로 자리잡는 시리즈의 탄생에 대한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엑스맨 2'는 어떤 영화?
근접한 미래. 유전자 기술의 부작용으로 초능력을 지닌 돌연변이가 생기고, 이들이 인간을 위협할 것이라는 공포에 휩싸인 사람들은 돌연변이들을 격리 수용하는 특별법안을 제정하려 한다.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누군가가 대통령 암살을 시도하자 여론은 돌연변이인 엑스맨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돌연변이를 증오하는 스트라이커 장군(브라이언 콕스)은 엑스맨의 리더인 사비에 박사(패트릭 스튜어트)를 공격한다. 인간과의 평화적 공존을 주장해온 사비에 박사와 달리 인간에 대한 지배욕에 사로잡힌 돌연변이 매그니토 (이안 맥켈런)는 감옥에서 탈출해, 울버린(휴 잭맨)을 비롯한 엑스맨에게 인간과의 전면전을 제안한다.
1편에서 돌연변이들은 인간을 신뢰할 수 있는가를 놓고 두 패로 갈라졌지만, 2편에서는 새로 등장한 위협에 맞서 싸우기 위해 양쪽 진영이 단결한다. 낯선 사람에 대한 한 인간의 편견과 증오가 돌연변이를 뛰어넘어 전체 인간에게 파국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경고가 2편의 메시지. 그러나 1편에서 캐릭터들의 복잡한 내면에 대한 풍부한 묘사를 선호했던 팬이라면 액션 장면이 대거 추가되고 이야기가 더 거대해진 2편이 불편할 수도 있을 듯하다.
상처 자가치유능력과 금속 갈퀴칼을 가진 울버린, 기상의 절대 지배자인 스톰 (할리 베리)등 1편에 등장했던 엑스맨들 뿐 아니라 악마를 닮은 나이트크롤러(알란 커밍), 주변의 모든 것을 얼릴 수 있는 아이스맨 (숀 애쉬모어)등 새 세대 엑스맨들의 초능력들도 흥미롭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