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저금리가 계속 되고 있는데도 투자가 안 된다. 수익성 있는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것. 금리를 더 낮춘다 해도 상황이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 땅에서는 돈 벌기 힘들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제조업체들은 중국으로 공장을 빠르게 옮기고 있다. 투자의 국외이탈은 ‘제조업 공동화(空洞化)’의 동어반복. 이상 저금리는 경제의 성장엔진이 고장 나는 바람에 드러난 증상으로 꼽힌다.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온 한국의 기업들은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산업은행이 최근 펴낸 ‘한국의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은 신규투자 둔화로 ‘지속 수축’ 또는 ‘성숙후 수축’의 두 가지 패턴을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 “지속성장 패턴이 가능한 신기술 벤처 산업으로 재빨리 방향을 틀지 않으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LG그룹 홍보담당 정상국(鄭相國) 부사장은 “생산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갔다”면서 “기존 제조업은 해외진출, 마케팅, 브랜드 강화를 통해 시장 크기를 키워나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들의 지적대로 ‘성장의 대안(代案)’을 찾아야 한다. 코오롱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제조업 없이 살 수는 없지만 무작정 제조업에만 매달려서도 안 된다”며 “신산업을 찾기 위한 고뇌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해법은 첨단기술, 고부가가치의 산업라고 단언했다.
금융, 정보, 기업평가, 경영컨설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은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다. 물류, 유통, 관광, 교육, 의료도 마찬가지.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산업(NT), 항공우주(ST), 환경공학(ET), 시스템통합 등 지식기반 산업들은 인적 자원이 핵심병기인 한국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전략산업이다. 벤처 산업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업을 성장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서비스업에 대한 편견과 몰이해를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 현재 국내 산업정책은 대부분 ‘제조업 편애(偏愛)’의 비뚤어진 사고 위에 짜여져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조업의 규모는 300인 이하 업체인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50인 이하 업체로 규정돼 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朴炳元) 경제정책국장은 “예컨대 한국의 교육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지난해 교육 적자가 14억달러에 이르렀다”며 “교육 의료 등 서비스업을 산업이 아닌 사회정책으로만 보는 시각이 이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김종갑(金鍾甲) 차관보는 “전통 제조, 첨단 벤처, 서비스는 어느 한 부분의 경쟁력이 없으면 다른 부분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없는 ‘삼각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지금까지 뒤졌던 벤처와 서비스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삼각 축을 동시에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