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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히로히토의 날' 제정 움직임…가시화땐 주변국 반발 클듯

입력 | 2003-04-17 18:15:00


‘시대가 바뀌어도 일본은 역시 천황의 나라.’

일본의 집권 연립여당이 현재 ‘미도리(綠·식목)의 날’로 공휴일인 4월 29일을 히로히토(裕仁) 천황을 기리기 위한 ‘쇼와(昭和)의 날’로 지정하려는 입법화 작업에 착수했다.

자민 공명 보수 등 연립 3당의 간사장과 국회대책위원장들은 16일 모임을 갖고 다음달 초 중의원에서 ‘축일법(祝日法) 개정안’에 대한 심의를 벌여 이번 회기 중 법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쇼와’는 1989년 작고한 히로히토 천황이 재위 중 사용한 연호로 4월 29일은 히로히토 천황의 생일이다. 일본 여당측은 공휴일 명칭 변경에 대해 “격동의 시대를 거쳐 일본의 부흥을 일궈낸 쇼와시대를 떠올리면서 나라의 장래를 생각해 보자는 취지”라고 주장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일본 달력에는 ‘쇼와의 날’이 새로 등장한다.

일본 여당은 2000년에도 4월 29일의 명칭을 바꾸려는 시도를 했지만 당시 모리 요시로(森喜朗) 총리의 ‘일본은 신의 나라’ 발언으로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보류한 바 있다.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히로히토 천황을 기리는 기념일 제정이 가시화되면 한국 중국 등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현재 일본의 공휴일 중에는 역대 천황과 관련 있는 날이 많다. 일본의 근대화를 주도한 메이지(明治) 천황의 생일은 11월 3일 ‘문화의 날’이고 일본의 건국기념일로 지정된 2월 11일은 역사적 실존 여부가 불분명한 진무(神武) 초대 천황이 즉위했다는 날. 현 아키히토(明仁) 천황의 생일인 12월 23일도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천황이 바뀔 때마다 늘어나는 것은 휴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