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관계는 우리 외교의 핵심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올해 한미 양국이 함께 기념하는 동맹 50주년은 피를 나눈 혈맹의 역사를 말해 주고 북한 핵문제, 주한미군 재배치 등 굵직한 현안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양국 관계를 현재진행형으로 강조한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정부가 외무장관을 역임한 한승주씨를 주미대사로 임명해 한미 외교의 한 축을 맡긴 것은 적절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미국 대학교수, 외무장관을 거치며 미 조야에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는 그가 세간의 기대에 걸맞게 한미동맹관계를 한 차원 격상시키는 활약을 하기 기대한다.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는 한 대사가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기 바란다. 특히 93, 94년 북핵위기 때 외무장관으로서 대미 외교를 주도했던 그의 경륜과 철학이 존중되기를 바란다. 혹시 그와 다른 시각을 가진 정부 인사에 의해 대미외교의 방향이 굴절되고 워싱턴 현지의 판단이 왜곡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 대사가 할 일도 많다. 우선 한국이 배제된 채 시작되는 북핵회담에 한국이 조속히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시급하다. 한 대사는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등과의 친분을 최대한 활용해 한국이 회담 테이블에 앉아 이해 당사자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주한미군 재배치 과정에서 대북억제력의 손상이 없도록 하는 것도 그가 해야 할 일이다.
특히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대통령간 첫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그에게 맡겨진 시급한 숙제다. 2001년 3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대좌 때처럼 정상회담이 오히려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신임 한 대사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그의 책임도 강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