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는 아무 문제도 없는가.
박찬호는 지난 12일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하지만 5이닝 동안 볼넷 7개를 남발했다.
17일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선 비록 승리를 놓쳤지만 퀄리티 스타트(선발투수가 6이닝 이상 던져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것)를 따내며 호투했다.그러나 박찬호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불같은 강속구는 볼 수 없었다.
투구내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하지만 시즌 초 재기됐던 이른바 ‘박찬호 이상설’을 잠재우기에는 뭔가 부족한 듯 하다.
올시즌 박찬호 이상설이 처음 국내언론에 보도된 것은 첫 등판(2⅔이닝 6실점)에서 죽을 쑨 2일 이후.
◁박찬호의 전성기 시절 투구모습(위)과 올시즌 투구 모습
3일 국내 5대 스포츠신문들에 실린 기사들을 살펴보자.
스포츠 서울은 ‘에이전트 보라스 “박찬호 허리 안좋다”’ 스포츠 조선은‘박찬호, 첫 등판 부진 배경 ‘3재’’일간 스포츠는‘“찬호 허리·정신 모두 이상”’스포츠 투데이는‘보라스, 알고 있었다 “찬호 3일전 허리 통증 호소”’굿데이는‘스피드 140km 뚝…찬호 아프나?’모두 박찬호의 허리부상 의혹을 제기했다.
시즌 두번째 등판인 7일 시애틀전에서도 3이닝동안 5안타 볼넷5개로 5실점하며 무너지자 박찬호의 부상설은 거의 기정 사실로 굳어지는 듯했다.
굿데이는 8일자에서 ‘위기의 찬호 '스티브블래스병' 의혹’을 보도했고 스포츠 조선은 ‘박찬호 부진 왜?’라는 기사에서 허리가 아닌 팔에 이상이 있을수 있다는 추측을 했다.
12일자 스포츠 서울은 ‘보라스, 박찬호 부상자 명단 올리기 작업’이라는 기사에서 보라스는 박찬호에게 몇 주 동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컨디션을 정비하도록 하기 위해 텍사스 구단과 모종의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는 요지의 기사를 실었다.
박찬호가 최근 두번의 등판에서 나아진 모습을 보이자 이상설은 수면 밑으로 가라 앉았다.그렇다고 박찬호가 정상적인 몸 상태로 돌아왔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의 공 스피드는 가장 안좋았을때와 비슷한 140km 중반대에 머물고 있기 때문. 잦은 투구폼 교체가 결국은 직구 스피드를 높이기 위한 것 이란 걸 고려하면 박찬호 이상설은 아직 유효하다고 봐야할 것 같다.
동아닷컴은 3명의 야구전문가와 2명의 의학전문가로 부터 박찬호 이상설의 진위여부와 부활가능성을 물어봤다.
▽허구연/MBC 야구해설위원▽
“중계차 미국에 갔을때 박찬호를 만났다. 그는 아픈곳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평균 1300만달러 가까이 받는 박찬호의 입장에선 변명하는 것 처럼 들릴까봐 그렇게 말할수도 있다. LA다저스 시절 프리에이전트(FA)를 앞두고 허리를 혹사시킨것은 사실이다.그의 말대로 부상이 아니라 하더라도 팔이 밑으로 많이 처졌고 근력이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예전처럼 빠른공을 던지기는 당분간 힘들다. 따라서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제구력을 가다듬는 방법밖에 없다.커브는 워낙 잘 던지기 때문에 직구만 제구가 된다면 쉽게 공략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워낙 기복이 심해 앞으로의 전망을 하기란 쉽지않다.”
▽하일성/KBS야구 해설위원▽
“박찬호의 올시즌 투구폼은 전성기때 투구폼과는 다르다.그 원인은 지금도 어딘가가 아프거나 아니면 아팠던 기억때문에 심리적인 부담감이 생겨 그럴 수 있다.확실한 것은 본인만 알지만 정상적인 몸은 아니다. 특히 공을 뿌릴때 낚아채지 못하고 밀어던지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몸에 이상이 없는 투수들은 공을 밀어던지지 않는다. 박찬호가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6개월 가량 쉬면서 재활에 메달리는게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박찬호는 앞으로 7∼8년은 더 뛸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한 때다.”
▽최동원/스카이 KBS 스포츠 해설위원▽
“몸상태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인다. 메이저리그 팀의 선발 로테이션에 끼어 있다는 것 자체가 부상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투구폼이다.박찬호가 마이너리그시절 부터 LA 다저스때까지 빠른공을 던질때는 발목 무릎 골반 허리 복근 배근 가슴 어깨 팔꿈치 손목 등 투구시 필요한 모든 근육을 적적히 활용했는데 지금은 아니다.그래서 강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특히 하체에 문제가 있다.과거에는 하체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며 힘을 상체로 자연스럽게 전달 해 주었는데 반해 지금은 단지 공을 던지기 위해 하체가 움직인다는 느낌이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상체와 하체가 따로 논다. 그러다 보니 공을 놓는 릴리스 포인트가 일정치 않아 제구가 안된다.몸에 크게 문제가 없다면 부진의 원인이 공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서 생겼을 수도 있다.내 경우 나이가 들면서 공을 만질때의 느낌이 젊었을때와 달라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은승표/코리아 스포츠 메디슨 센터·코리아 정형외과 원장▽
“의학적으로 투구폼을 보고 몸에 이상이 있는지 판단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자신의 몸 상태는 본인만 안다.박찬호가 제일 좋았던 LA 다저스 시절의 투구폼은 다리를 중간정도 올리는 것이었다. 올해는 낙차에너지를 높여 스피드를 올리기 위해 하이킥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빠른공의 위력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축이 되는 오른다리가 흔들리고 왼쪽 다리의 보폭도 너무 넓어 제구도 잘 안된다. 하지만 보폭을 좁게 한다고 해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오명수/세란병원 신경외과 부장▽
“야구선수들은 일반적으로 허리를 비롯해 무릎 팔꿈치 어깨 등 자주 쓰는 부위에 나이보다 일찍 퇴행성 변화가 온다.
▷디스크 내장증(다른 디스크는 하얗지만 문제가 있는 디스크는 검게 나타남)
박찬호의 경우 그의 허리부상 전력을 고려하면 디스크 내장증이 의심된다.물론 정확한것은 검사를 해봐야 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투수들 70%정도가 이증상이 있고 허리만 아프다. 디스크 내장증은 허리를 지속적으로 무리 하면 요추쪽 디스크에 변성이 빨리오는 증상으로 심하면 디스크를 감싸고 있는 인대가 찢어지기도 한다. 특히 투수는 허리를 돌리는 횟수가 과도하게 많아 퇴행정도가 일반인보다 훨씬 심하다. 가벼운 증상일 경우 뜨거운 물수건이나 얼음으로 찜찔을 해주고 며칠 쉬면 호전된다. 그러나 박찬호의 경우 나이가 30이 넘었고 미국에서 성공하기 위해 마이너리그때부터 허리를 혹사해왔기 때문에 정도가 심할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가들의 견해도 엇갈린다. 하지만 박찬호가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는데는 의견이 일치했다.다만 그것이 부상때문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박찬호 본인만이 알수 있는 성질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최근 두경기에서 나름대로 호투를 했다.계속 상승세가 지속 된다면 이상설은 한낱 ‘헤프닝’으로 끝날 것이다.하지만 다시 초반 두경기 처럼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 다시 여러 추측들이 난무할 것이다.
‘박찬호 이상설’의 진위 여부는 박찬호의 투구를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