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아니면 아이’라는 중세 속담이 있습니다. 인간이 세상에 남겨놓을 만한 가치있는 일 두 가지가 책 또는 자손이라는 의미겠지요. 그래서일까요, 책 한 권을 내놓는 작업은 곧잘 산고(産苦)에 비유됩니다. 자녀가 있는 한 여성 출판기획자는 “아이를 낳는 수고보다 꼭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출판기획을 하고, 필자를 섭외하고, 편집자와 필자가 치열한 논쟁을 벌여가며 책을 만드는 경우의 이야기입니다. 평판이 확립된 외국 서적을 번역해 내놓는 일은 분명 수고가 덜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국내 필자의 훌륭한 책을 널리 알리는 일은, 관제용어의 느낌을 감수한다면 ‘출판문화창달’에 기여하는 작업입니다.
이번주 ‘책의 향기’에는 국내 필자가 내놓은 책의 비중이 별로 높지 않습니다. 저희 안목이 모자란 탓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어쨌거나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나폴레옹의 학자들’은 역사적 사실을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해 바라봤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역사는 동전처럼 양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역사적 사실의 성패를 평가하는 것은 후인들의 몫이지만, 모든 이들이 다 같은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책의향기팀 b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