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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제범죄 무방비' 러 마피아 암약…총기밀매…마약거래

입력 | 2003-04-18 18:28:00

범행 사용 총기 17일 오후 부산 영도구 영선2동 B아파트 앞에서 러시아 마피아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자가 다른 러시아인 2명에게 쏜 권총을 경찰 감식반원이 취재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부산=연합


《부산이 러시아 마피아들의 극동지역 본거지로 이용되면서 국제범죄의 무대가 되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외국인 선원들의 출입이 잦아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부산에 선원이나 관광객을 가장해 잠입한 뒤 마약과 총기밀매, 러시아 여성의 불법취업 알선, 돈세탁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부산에서 발생한 러시아인 피격사건도 러시아 마피아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나 국내 공안당국은 이들의 실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등 수사력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 마피아의 범죄 급증=부산경찰청은 지난해 2월 러시아 마피아의 조직원인 U씨(28·여)로부터 대량의 대마초를 구입해 피워온 외국인 영어강사와 내국인 등 22명을 적발했다.

2001년 9월에는 러시아 마피아 ‘바소 패밀리’ 조직원 8명이 부산 동구 초량동 속칭 ‘텍사스촌’ 일대를 거점으로 삼아 헤로인과 해시시 등 수억원대의 마약류를 외국인 선원 등에게 판매하다 적발됐다. 98년부터 국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한 이들은 마약 밀매뿐만 아니라 불법체류 중인 중동인을 모집해 러시아 선박에 몰래 승선시켜 일본으로 출국시키는 등 다양한 범죄를 저질러왔다.

99년 7월에는 한국과 러시아 간 무역과정에서 발생한 채무 해결에 개입해 청부폭력을 행사한 러시아 마피아 ‘샤텐로브스카야’의 중간 보스인 발레리(41)가 부산경찰청에 구속됐다. 특히 발레리가 대표로 있는 위장무역회사의 예금통장을 통해 거액의 외화가 입출금되고 이중 일부가 미국 뉴욕으로 송금된 사실이 드러나 마피아 조직이 우리나라를 아시아 진출의 거점이나 돈세탁 장소로 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러시아에는 8000여개의 폭력단이 있으며 이 중 200여개는 한국과 이탈리아, 일본, 중국 등의 폭력조직과 연계돼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총기 반입=러시아 마피아와 선원들이 반입하는 총기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으나 정확한 숫자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범행에 사용된 러시아제 총기도 세관의 감시를 피해 항만부두를 통해 반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텍사스촌’ 일대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권총을 구할 수 있는데다 국내 조직폭력배들도 이미 마피아와 선원들을 통해 총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조폭들 사이에 총격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2001년 10월 러시아 선원 빅토르(32)는 부산 사하구 감천항을 통해 권총을 밀반입해 도심에서 난동을 부리기도 했으며, 지난 해 2월에는 유고슬라비아 선원이 실탄 1750발을 밀반입하다 적발됐다.

총기는 주로 러시아 선원들이 감시가 소홀한 감천항이나 부산 지역에 산재한 19개 수리조선소 등을 통해 반입돼 100∼400달러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단속실적은 거의 없다.

▽허술한 항만경비=부산 지역 항만과 수리조선소 등에는 항상 70∼80척의 러시아 선박이 정박하고 있으며 척당 30∼40명의 러시아 선원이 승선하고 있다.

이들 선원은 선원수첩만 있으면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30일짜리 숏패스(임시 상륙허가)를 받아 자유롭게 육상으로 올라올 수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입항선박이 많아 실제 점검을 못하고 서류심사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러시아 마피아가 선원수첩만 가지고 있으면 쉽게 국내로 잠입할 수 있어 신분을 속이고 장기간 국내 활동이 가능한 실정이다.

더구나 당국의 감시인력 부족 등으로 육상에 올라온 러시아 마피아 등에 대한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해 러시아 마피아들이 부산을 자신들의 ‘해방구’로 여기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마피아 조직간 보복범죄인듯▼

부산 도심에서의 러시아인 총기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 영도경찰서는 이 사건이 러시아 마피아의 이권다툼이나 조직간 보복범죄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17일 숨진 러시아인 나우모프 바실리(54)가 수산물 수출입회사인 러시아 K사의 대표로 선박을 37척이나 보유한 재력가인 사실을 밝혀내고 이권다툼 과정에서 살해됐는지를 조사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지난달 13일 슬로베니아 국적의 위조여권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 그가 이권 문제로 러시아 마피아의 중간보스를 살해한 뒤 지난 1년간 일본에 피신해 있었다는 첩보에 따라 러시아 공안당국에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총탄 3발을 맞고 수술을 받은 뒤 회복 중인 나우모프의 경호원 그보즈드 니콜라이 안드레이비치(39)를 상대로 마피아 관련 여부와 범인의 인상착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달아난 범인은 러시아 위조여권으로 9일 부산의 한 업체에서 렌터카를 빌린 것으로 밝혀졌으며 범행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CC) TV를 분석한 결과 6초 만에 범행을 끝내 전문 살인청부업자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앞서 17일 오후 8시6분경 부산 영도구 영선2동 B아파트 101동 현관 안쪽에서 러시아 마피아와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자가 이 아파트로 들어서던 다른 러시아인 2명에게 총탄 10여발을 발사해 나우모프가 그 자리에서 숨지고 그보즈드가 부상을 당했다.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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