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오역(誤譯)은 실수인가 고의인가.'
중국 베이징(北京) 3자회담을 위한 사전 협의차 18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무 당국자 협의는 북한이 발표한 핵 재처리에 관한 성명 때문에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발표한 성명 가운데 폐연료봉 재처리에 관한 부분의 한글판과 영문번역판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영문판에는 재처리에 관해 "We are successfully reprocessing more than 8000 spent fuel rods at the final phase."라고 돼 있었다.
18일 오전 조찬을 겸한 한미간 협의 때만해도 미 국무부는 이것을 북한이 폐연료봉 재처리를 이미 시작해 거의 마지막 단계에 와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에 따라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3자 회담 한 주 전에 이것을 발표한 것은 우리 눈에 모래를 집어넣는 일이다. 이것이 그들의 못된 방식이다"라고 비난하며 "모욕적인 일"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 중앙방송의 한글 원고를 분석한 뒤 미국의 태도는 다소 누그러졌다. 재처리 '준비' 작업이 종결 단계에 있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미국은 "이제는 8000여대의 폐연료봉들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한글 원고를 "We are successfully completing the final phase to the point of the reprocessing operation for some 8000 spent fuel rods."로 번역했다.
그러나 영문번역 내용이 한글판과 다른 것에 대해 '고의적인 실수'일 수도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재처리 부분을 모호하게 표현해 미국의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것일 수도 있으며 그런 선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