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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혁명 기원지를 가다]日 '로보덱스 2003' 르포

입력 | 2003-04-20 17:40:00

로보덱스 전시장 한가운데 누워 있는 아톰. 생일날 눈뜨고 일어나는 모습이 연출돼 운집해 있던 수천명의 관람객들이 갈채를 보냈다. -요코하마=김홍재 동아사이언스기자


《동아사이언스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의 재정 지원을 받아 올해 6차례의 해외 현지 취재를 통해 과학혁명의 기원지를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로 아톰의 탄생일을 맞은 일본의 인간형 로봇 개발열기를 전해 드립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고 주인을 보살피며 스스로 알아서 전기까지 충전하는 미쓰비시 중공업의 가정용 로봇 ‘와카마루’. 보고 듣고 감촉을 느끼고 냄새를 맡고 감정까지 공유하며 인간과 의사소통을 하는 와세다대의 로봇 ‘WE-4R’. 전문가 뺨치게 플루트를 연주하는 와세다대의 ‘WF-4’.

공사현장에서 대형 굴착기를 척척 움직이는 일본신에너지·산업기술종합개발기구(NEDO)의 작업자 로봇 ‘HRP-1S’. 대화 중 표정으로 속내를 드러내는 도쿄이과대의 얼굴 로봇 ‘사야’. 안내 데스크에서 안내원 역할을 척척 하는 나라과학기술원(NAIST)의 접견로봇 아스카.

완벽한 행동은 물론 간단한 말을 건넬 수준의 지능을 갖게 된 혼다의 아시모. 이번 로보덱스에서 단연 최고의 화제였다. -요코하마=김홍재 동아사이언스기자

아톰의 탄생일을 맞아 3일부터 6일까지 일본 요코하마(橫濱)시 전시홀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로봇 전시회인 ‘로보덱스 2003’에 선보인 다양한 인간형 로봇의 모습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혼다의 로봇 ‘아시모’도 이날 등장해 원숙한 2족 보행 모습을 보여주며 다가서는 사람에게 인사까지 건넸다. 이번 전시회에는 회사와 대학 등 38군데에서 지난해의 1.5배나 되는 90여개의 다양한 로봇들이 출품됐다.

이번 로보덱스에서는 일본 로봇 연구의 무게중심이 인간형 로봇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수년 전 로봇 붐을 일으켰던 소니의 로봇 강아지 ‘아이보’ 같은 장난감 로봇보다 인간형 로봇이 대거 등장해 화제가 됐다. 축구실력을 겨루는 로봇 월드컵에도 인간형 로봇이 출전해 큰 인기를 모았다.

인간형 로봇은 인간의 신체를 모방하는 로봇으로 지금으로부터 꼭 30년 전인 1973년 와세다대 가토 이치로 교수팀이 만든 ‘와봇-1’이 그 시초다. 와봇-1은 간단한 회화와 함께 팔다리의 제어가 가능했다. 가토 교수의 제자로 세계적 로봇연구자인 와세다대 다카니시 아쓰오 교수는 “인간형 로봇의 개발은 인체의 메커니즘을 정확히 이해하는 유용한 방법”이라면서 “로봇이 인간을 닮아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함께 살 때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 플루트 연주자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와세다대의 ‘WF-4’. 곧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요코하마=김홍재 동아사이언스기자

4월 첫주 일본열도는 우주소년 아톰 열풍으로 온통 흥분의 도가니였다. 아톰은 일본 만화의 아버지 고 데스카 오사무가 1951년 창조한 인간형 로봇 캐릭터로, 만화 안에서 2003년 4월 7일 만들어진 것으로 설정돼 있다.

일본 최초의 인간형 로봇이라고도 볼 수 있는 아톰 탄생일을 맞아 곳곳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로보덱스 행사에서는 아톰이 탄생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관람객들의 큰 갈채를 받았다. 또 생일날 눈뜨도록 만들어진 아톰 인형 등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아톰 캐릭터 상품들이 날개돋친 듯 팔려 나갔다.

와세다대 스가노 시게키 교수는 “아톰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암울했던 일본인에게 과학기술의 꿈을 심어 줘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면서 “힘이 세고, 인간과 대화를 하고, 마음을 갖고 있는 아톰은 앞으로 만들어질 인간형 로봇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카니시 교수는 일본 정부가 경제특구처럼 로봇특구를 조성하는 계획을 올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후쿠오카(福岡)에 들어서게 될 로봇특구는 다양한 로봇이 연구되고 실제 시험되는 로봇사회가 될 전망이다. 첨단산업도시인 후쿠오카에 특구를 만들어 로봇에 각종 첨단기술을 녹여 넣겠다는 발상이다.

현행법상 도로에서 로봇을 시험하는 것은 금지돼 있지만, 특구에서는 도로교통법을 완화해 로봇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된다. 로봇특구가 완성되면 만화영화 아톰에서처럼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요코하마=김홍재 동아사이언스기자 ec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