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보수수구세력에 맞서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밝힌 원영만 위원장을 보는 심정은 참담하다. 전교조는 교장자살사건의 책임을 교육부로 돌리면서 ‘일부 보수언론’이 전교조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고 주장했다. “비이성적이고 반교육적인 보수수구집단의 힘에 밀려 주춤거리지 않겠다”는 전교조에 묻고 싶다. 누가 비이성적이고 누가 반교육적인가.
고인에 대한 사과마저 유보한 채 이를 계기로 투쟁 의지를 다짐하는 전교조의 모습은 그들이 비판하던 권위주의 행태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 전교조는 ‘보수수구세력’이 자신들의 교육적 열정을 부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교육보다 다른 일에 더욱 매달리는 듯한 그들의 교육적 열정은 과연 무엇인지 묻고 싶다.
특히 전교조가 쟁취하겠다는 ‘교장 선출·보직제’는 자칫 교단에 선거운동 바람을 일으켜 학교를 변질시킬 우려가 큰 제도다. 전교조는 이를 통해 교사들이 승진에 신경 쓰지 않고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파벌과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선거가 인기투표식으로 진행되어 교단을 추악하게 만들 가능성이 많다. 대학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던 대학들이 정치판 뺨치는 부작용 때문에 종전의 임명제로 돌아가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전교조는 이익집단도, 정치집단도 아니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겠다는 교육목표에 충실하기보다 교사지위와 교육관련법 등을 놓고 사회와 맞서는 것은 국민 여론과 거리가 멀다.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을 빼앗은 채 집단이익에 골몰한다면 그것은 교육자의 본분을 망각한 일이다.
학교도 달라지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관료적 사고방식과 과거의 교육방식에 머물러 있다면 공교육은 결코 개선될 수 없다.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이 늘어나는 데는 공교육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을 둘러싼 모든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다. 이제는 갈등과 투쟁에서 벗어나 학교에서 사라진 ‘교육’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