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나빠지면서 ‘하루벌이’로 생계를 꾸려가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으나 일감마저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특히 20대 실업자들 중 일부가 일용직 노동자로 나서면서 이 같은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별다른 기술 없이 막노동이나 잡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하루벌이 노동자들은 일감 부족으로 시간당 3000원 안팎의 헐값 일당을 받고 있으며 그나마도 일거리가 없어 노숙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본보 남녀 기자 2명이 최근 5일간 경기 성남시 모란시장 등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로서 직접 체험을 해 본 결과 대개 오전 3시반부터 열리는 인력시장에서 기술 없는 노동자가 일감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은 이틀에 하루꼴인 50%에 불과했다. 또 시간당 임금은 평균 3000∼5000원 수준으로 하루 8시간씩 25일간 일을 한다고 해도 한달 평균 수입은 60만∼100만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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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금의 지급 방법이나 근로계약 조건은 철저하게 사용자 위주여서 일당이 아닌 주급을 제시하거나 “주는 대로 받으라”고 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최근의 극심한 청년 실업난을 반영한 듯 이들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들 중에는 20대와 30대 초반이 10%가량이나 됐다. 40∼60대가 대부분인 여자 일용직의 경우 상추잎 뜯기나 전단지 돌리기, 사무실 청소 등을 하면서 남자 일용직보다 30% 이상 적은 임금을 받고 있었다.
노동부 산하 서울남부일일고용센터 직원 김주보씨(42)는 “봄이 되면 일자리가 늘어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일감이 오히려 줄어든 것 같다”며 “이 때문에 일용직 근로자들의 일자리 잡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사설 직업소개소인 이레 노무인력공사의 정병호 소장(47)은 “올 들어 단순 노동을 하겠다고 문의하는 젊은이들이 지난해보다 2배 정도 늘었지만 경기가 나빠져 일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중 고용동향’에 따르면 일용직 근로자 수는 2월보다 9만2000명이 늘어난 212만7000여명이며 고용 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직은 2월보다 11만3000여명이 증가한 496만6000여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20대 실업률은 3월 현재 8.0%로 40대 2.1%나 50대의 2.4%보다 4배나 높았고 15세에서 29세까지의 청년 실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만3000여명이 증가했다.
서강대 경제학과 남성일(南盛日· 49) 교수는 “일용직 근로자가 늘어난 것은 경기 침체와 맞물려 고용주들이 장기 고용을 피하기 때문”이라며 “안정된 직장을 찾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일용직으로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조진원(趙震遠·43) 부소장은 “일용직에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은 위험한 징후”라며 “불안정한 고용조건에 낮은 임금을 받는 일용직의 증가는 소비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져 침체된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이남희기자 i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