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최고경영자(CEO)의 홈페이지는 어떨까요.’
최근 이지송(李之松·63) 현대건설 사장의 홈페이지(www.leejisong.pe.kr)를 둘러봤습니다. ‘접속’한 순간 초고속인터넷으로 전달된 디지털신호는 모니터에 수력발전소 사진을 풀어놓았습니다. ‘왜 수력발전소지?’라는 궁금증을 간직한 채 ‘My Life’를 클릭했습니다.
하루 평균 5시간을 자고 집에서 끓여 주는 된장국을 가장 좋아하며 모친과 부인, 두 딸과 함께 사는 ‘남자’에 대한 소개가 이어집니다.
그의 좌우명이 눈에 띕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보다 수인사대천명(修人事待天命)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전자는 ‘자기 할 일’을 다한다는 뜻이지만 후자는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하늘의 명을 기다린다는 의미입니다. 사람의 힘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도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토목기술 전문가들은 그를 “댐 공사의 대가(大家)”라고 평가합니다. 환갑이 넘어 수자원 분야 박사학위를 딴 것만 봐도 열정을 알 수 있습니다. 초기화면 사진에 대한 의문이 스르르 풀립니다.
그는 ‘CEO 칼럼’에서 건설 명가(名家)의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과거 현대건설의 이미지는 최초이자 최고라는 수식어와 함께 하는 회사였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현대건설 브랜드가 건설보다 다른 화두로 더 많이 이야기된 것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사장은 “임직원과 힘을 모아 헤쳐 나갈 길이 아주 험난하다”고 말합니다. CEO의 홈페이지에 이처럼 공을 들이는 것은 경영자의 이미지가 그만큼 중요해졌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PI(President Identity)’ 기법이라고 설명합니다.
정보기술(IT) 열풍이 불면서 많은 CEO가 홈페이지를 마련했으나 현재 접속이 가능한 것은 많지 않습니다. 기업도 경영자도 부침(浮沈)이 심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이 사장의 홈페이지에는 어떤 콘텐츠가 담길지 기대됩니다. 또 ‘E-mail to CEO’의 클릭 횟수가 늘어 항상 시끌벅적한 홈페이지가 되길 바랍니다.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