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국회에서 실시되는 고영구 국가정보원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고 내정자의 적격성과 함께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정원 개혁의 윤곽을 가늠하는 시험대다. 새 정부가 진실로 국정원의 개혁을 원한다면 이번 청문회에서 국정원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변화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할 것이다.
고 내정자는 새 정부가 외치는 국정원 개혁이 과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습관적으로 되풀이되던 공허한 외침과는 다르다는 것을 입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청문회가 요식적인 통과의례로 진행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국회의 책임 또한 무겁다.
국정원은 불필요한 정치 개입, 각종 게이트와 의혹사건에 연루돼 스스로 개혁을 자초했다. 노 대통령이 취임 후 ‘위로부터의 개혁’에 착수한 것은 과거 권위주의 시대는 물론 국민의 정부에서도 지속된 정보기관의 해악에 대한 반성임을 국정원은 직시해야 한다. 국정원장의 독대보고를 없애고 국정원 직원의 언론사와 정당 및 정부 부처 등에 대한 출입금지를 검토하도록 한 대통령의 지시가 뿌리내리게 할 책임은 바로 국정원에 있다.
국회는 고 내정자의 인품과 자세가 국정원의 개혁이라는 시대적 필요성에 걸맞은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고 내정자도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검증을 받아야 한다. “썩은 곳을 도려내고 새 살을 채우는 중요한 개혁 작업을 해야 한다”는 청와대의 주문을 실현할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의 중책을 맡을 것으로 알려진 상지대 서동만 교수에 대한 검증도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의 이념적 성향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만큼 의혹이 남아서는 안 된다.
국정원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정보기관으로 변신하는 것도 개혁에 못지않은 과제다. 특히 경제정보와 대북 정보 수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국정원의 능력 강화 방안도 국정원장 내정자가 제시해 검증을 받아야 할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