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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이인철/교육부총리 제자리 잡나

입력 | 2003-04-20 18:26:00


“취임식 때 제가 정제되지 않은 용어로 교육인적자원부를 질책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니 직원들에게 참으로 미안할 뿐입니다. 밤늦도록 열심히 일하고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보면서 선입견으로 가졌던 우려와 의심의 감정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윤덕홍(尹德弘)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은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교육부의 서기관급 이상 간부 7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통해 취임 43일간의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윤 부총리의 이 발언은 취임사에서 “나보고 교육부를 없애고 돌아오면 가장 훌륭한 장관이라는 얘기도 있다. 교육부가 장관을 뺑뺑이 돌리고 바지저고리 만드는 곳이라는데 나를 뺑뺑이 돌리거나 바지저고리로 만들지 말라”고 경고해 교육부 직원들의 불만과 함께 여러 곳으로부터 품위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윤 부총리는 취임 전후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로 전환하겠다거나 3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가 취소하는 등 잇따라 실언을 하면서 교육계 안팎에서는 그의 교육부총리직 수행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아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윤 부총리는 언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등 교육 시민단체들은 “보수 언론이 개혁 장관을 흔들고 있다”고 윤 부총리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NEIS는 시행에 들어갔고 교육시장 개방 문제도 개방 쪽으로 결론이 나자 전교조 등은 “윤 부총리가 기득권을 지키려는 교육관료 때문에 눈과 귀가 막혀 포로가 되어 가고 있다”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보성초등학교 교장 자살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교단 분열은 심각한 상황이다. 그동안 인내하던 전국초중고 교장단마저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고 이에맞서 전교조도 강경 투쟁을 밝히고 있다. 이 와중에서 윤 부총리가 어떤 자세를 보일까 하는 문제는 사실 교육계뿐만 아니라 국민의 관심사이다.

윤 부총리는 교육부가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주체들도 정책 입안 등에 동참해야 한다며 ‘참여교육’을 강조하지만 교육부 내부에서는 그에 대해 “취임 초기와는 달리 균형감이 있는 것 같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참여교육이 시민단체의 눈치 보기가 돼서는 안 되며 교육부가 중심을 잡고 교육계를 안정시키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어느 교육부 간부의 지적은 새겨들을 만하다.

이인철 사회1부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