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폐연료봉 재처리 시사 발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기조 아래 북-미-중 3자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측이 ‘8000여개의 폐연료봉에 대한 재처리 작업까지 마지막 단계에서 성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
나종일(羅鍾一)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핵 재처리 징후는 한미 양국 모두 발견하지 못했다. 재처리 징후가 있으면 검색이 되는데, 검색되지 않았다”면서 “우리의 관심은 북핵회담이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며, 3자회담 일정은 연기되는 일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나 보좌관은 “북한은 미국에 (재처리 진행사실을) 통보했다고 하지만, 우리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그런 통보를 받은 적이 없다. 미국이 통보를 받고도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희상(金熙相) 대통령국방보좌관도 “북측이 재처리를 시작했다면 고열(高熱) 때문에 금방 탐지가 된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한 다른 장소에서 그 같은 일을 했을 수도 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김 보좌관은 그러나 “북측의 태도는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으로 결코 유쾌한 징조는 아니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장군멍군식으로 나올 경우 길고 지루한 협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당장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는 등의 비상대응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 명확한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과민대응에 나설 경우 북측의 의도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3자회담에서 우리가 배제되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어렵게 실마리를 찾은 북핵회담을 어떻게든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정부는 미국측에 회담의 진행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