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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노사협상 20일 타결, "민영화 철회" 합의 논란

입력 | 2003-04-20 18:43:00


철도 노사가 20일 파업 돌입을 앞두고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해 철도 파행 운행의 위기를 넘겼다.

철도 노사는 전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중구 봉래동 철도청 서울지역사무소에서 24시간이 넘는 마라톤 교섭 끝에 20일 오전 10시40분경 △기관사 1인 승무(乘務)를 하지 않고 △결격사유 없는 해고자 45명을 기능직 10급으로 신규 특채하며 △철도산업 발전을 위해 공동 노력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고려대 등 지역별로 농성 중인 조합원들은 업무에 복귀했다. 노조는 합의안에 대해 조만간 조합원 찬반투표를 할 예정이다.

▽주요 합의 사항〓철도 노사는 철도기관사 1인 승무는 없애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족한 인력과 고속철도 개통 준비 인력, 수원∼병점간 전철 연장 개통 등에 따른 필요 인력 가운데 1500명을 6월 말까지 우선 충원하기로 했다.

또 올해 시행할 각종 신규사업으로 철도청에서 필요한 인력 1358명은 실사(實査)를 거쳐 정원을 확보한 뒤 올 12월 말까지 단계적으로 확보해 나가기로 했다.

83∼94년 해고된 51명 가운데 45명을 7월 말까지 기능직 10급 자격증 및 특수직무분야의 특별채용 형식으로 다시 고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철도노조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80여억원과 관련해 철도노조비와 노조재산에 취해진 가압류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취하하기로 했다.

철도 개혁과 관련해 정부가 그동안 요구해온 철도 민영화 방침은 철회하되 시설과 운영 부문을 분리하고 유지보수 기능은 운영부문에 통합하는 등의 대안을 공동 검토하기로 했다.

▽여전히 남은 ‘불씨’들〓노사의 합의문에 해석의 여지가 많아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 적잖은 난항이 우려된다.

특히 많은 논란이 예상되는 곳은 철도개혁과 관련된 합의 내용이다.

우선 노사 양측은 합의문에 ‘기존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고 대안을 모색한다’고 정리했다. 철도청은 이에 대해 “공사화로 이전되는 것을 전제로 한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노조는 “합의문에 있는 대로 ‘철도노조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논의와 공청회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한다’는 것이며 ‘공사화’라는 전제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그리고 ‘유지보수 기능 등은 운영부문과 통합’이라는 대목도 철도청과 건설교통부는 문자 그대로 “‘유지 및 보수기능’을 의미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측은 “철도 전철화, 복선화 등을 포함한 개량사업까지 포함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또 여러 부처가 걸려 있는 현안을 해결하는 협상 과정에서 관계 부처간 총괄조정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나 사실상 파업돌입이 힘든 상황에서 노조측의 ‘벼랑끝’ 전술에 말려들어 ‘운영부문 공사화’를 관철시키지 못한 점은 앞으로 정부가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철도노사 주요 합의내용쟁점합의내용인력 충원○기관사 1인승무 철회
○6월 말까지 부족인력 1500명 충원
○신규사업 필요인력 1358명 관계부처 실사 후 단계적 충원해고자 복직○결격사유 없는 45명 7월 말까지 신규 특별채용
○나머지 해고자는 철도청 인사관리규정 개정 후 시설관리원으로 특채손해배상 및 가압류○적절한 절차를 거쳐 취하철도개혁 및 공공철도건설○철도의 공공성을 감안해 기존 민영화 방침을 철회하고 대안 모색
○시설과 운영의 분리방안 관련○유지보수 기능은 운영부문과 통합 모색
○앞으로 철도개혁은 노조와 충분한 논의 및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