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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망명 경원하 박사, 70년대 入北 핵개발 깊이 관여

입력 | 2003-04-20 18:43:00


북한을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한 것으로 호주 언론이 보도한 경원하 박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다 자진 입북한 핵공학자로 알려져 있다.

80년대 초반부터 북한의 핵개발에 있어서의 경 박사 역할에 주목해왔다는 윤여길 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위원은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때 춘천고에서 수학교사를 지냈던 경 박사는 이후 캐나다로 이민 갔으며 캐나다 맥길대에서 핵폭발장치인 ‘구면폭발(spherical detonation)’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 박사의 지도교수는 핵폭발장치 전문가였다”며 “경 박사는 북한에서 대우를 잘 해준다는 말을 듣고 78년 입북했다가 다시 나온 뒤 80년에 핵관련 자료를 가지고 완전히 북한에 정착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89년 방한한 미 국무부 핵 담당관이 ‘북한이 재처리해도 핵폭발장치 설계를 못해서 핵무기를 못 만들 것’이라고 말해 경 박사의 핵폭발장치 논문을 보여줬더니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한편 월간조선 90년 4월호는 경 박사가 미국 뉴멕시코주의 국립 로스앨러모스연구소에서 핵폭탄 제조에 참여했으며, 캐나다의 맥길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74년 북한에 들어가 핵개발에 관여했다고 보도했다.

외교관 출신 탈북자들에 따르면 경 박사의 맏딸로 짐작되는 미아씨는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영문과를 거쳐 노동당 해외공작부서인 대외연락부 공작원으로, 둘째딸 희아씨는 평양외국어대 프랑스어과를 나와 외무성 외교관으로 각각 활동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탈북자를 돕는 비정부기구(NGO)의 관계자들은 지난해 가을 영변 핵시설에서 일하던 북한 과학자가 핵심 정보를 갖고 탈북, 이를 미국에 넘겼다는 소문이 퍼졌었다고 전했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 11월경 미국이 탈북 과학자를 통해 북한 핵문제에 관한 중요 정보를 입수했다는 얘기를 중국 등에서 활동하는 인사로부터 들었다”며 “그 과학자가 누구인지 이름이 나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지난해 10월 평양을 방문, 북한에 핵개발을 시인하도록 추궁한 배경엔 경 박사가 제공한 정보가 있을 수 있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2월경 미국의 상원의원이 방한했을 때 ‘미국은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다’고 말했는데 경 박사의 자료를 지칭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해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