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언 라포트 주한미군 사령관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 2사단의 인계철선(trip wire) 역할을 '파산한'(bankrupt) 개념이라고 주장해 주목된다.
라포트 사령관은 20일 밤 문화방송의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 "인계철선은 부정적인 용어이고 미 2사단 장병에게는 모욕적인 발언"이라며 "인계철선은 파산한 개념이다"고 말했다.
라포트 사령관이 주한미군의 인계철선 역할을 이처럼 강경한 어조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현재 진행중인 한미간의 주한미군 재배치 협상과 맞물려 그 배경에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지난달 초 고건(高建) 총리가 제시한 주한미군 재배치 3원칙의 하나인 '인계철선 역할 유지'를 전면 부인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라포트 사령관은 인터뷰에서 "북한의 군사력은 우리 모두를 북한의 무기시스템, 특히 미사일의 사정 거리에 두고 있다"면서 "따라서 미군 병력을 한강 이북에 두고 이들을 '인계철선'이라고 부르는 것은 더 이상 타당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일류의 군대를 갖고 있으며, 한국인들이 한국군의 고도의 전문성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인식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주한미군의 한강 이남 재배치 추진은 한국군이 충분한 방어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이어 "양국간의 주한미군 재배치 협의는 한국의 반미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방송에 출연한 토머스 허바드 주한미대사는 "인계철선 개념은 마치 미군이 공격받을 때까지 속수무책으로 기다릴 것처럼 비춰지므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