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시골풍경을 무대로 순박한 농촌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착한’ 영화 ‘보리울의 여름’. 사진제공 MP엔터테인먼트
영화 ‘보리울의 여름’은 소박하게 차려진 ‘시골 밥상’같은 영화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시골 밥상처럼 무난한 스토리와 구성으로 건강한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시골 풍경에서 묻어나는 따뜻한 정서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가난한 시골마을 보리울의 작은 성당. 이제 막 사제 서품을 받은 김신부(차인표)가 부임한다. 의욕에 넘치는 김신부는 깐깐한 원장 수녀(장미희)와 지내는 것이 쉽지 않다. 같은날 초등학생 형우(곽정욱)도 6년전 출가한 아버지 우남스님(박영규)과 여름방학을 보내기 위해 이곳에 온다.
어느날 동숙이 주축이 된 마을 아이들은 읍내 아이들과 햄버거 내기 축구시합에서 지고 우남스님에게 축구감독이 돼달라고 부탁한다. 이들의 첫 경기 상대는 성당에서 운영하는 고아원 아이들. ‘절팀’은 ‘성당팀’에게 이기고 성당 아이들은 설욕전을 위해 김신부에게 축구감독을 부탁한다. 절팀과 성당팀의 경기는 무승부로 끝나고 이들은 의기투합해 읍내 축구팀에 도전한다.
이 영화에는 극적인 반전이나 자극적인 장면이 없다. 최근 한국 영화의 짙은 성적 묘사나 폭력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다가올 수 있다. ‘착한’ 영화의 전형이라고 할만큼 ‘해피엔딩’의 기대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순박한 사람들이 뿜어내는 건강한 에너지다. 아이들이 시종일관 스크린을 누비며 공을 차는 모습과 밤이면 한 집에 모여 TV를 보는 시골 정경은 도시인들의 인정에 대한 갈증을 적셔준다.
종교간의 악의없는 기싸움도 앙증맞다. 축구경기를 미루려는 김신부에게 우남스님이 “우리 불교에서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요, 고(Go)는 곱니더”라고 하거나, 우남스님이 뻣뻣한 원장수녀에게 “술이 다 떨어졌는데 그리스도 피(포도주) 좀 얻어먹읍시다”라고 말하는 등 재치있는 대사가 웃음을 자아낸다.
‘미달이 아빠’ 박영규의 능청스런 연기는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이 된다. 반면 ‘닥터K’, ‘아이언 팜’ 등 출연작마다 흥행이 부진했던 차인표는 이 영화에서도 그다지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지 못했다. 윤문식 최주봉 등 쟁쟁한 조연들도 극의 재미를 더했다.
‘개같은 날의 오후’ ‘인샬라’를 만든 이민용 감독의 작품. 전체관람가. 25일 개봉.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