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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공룡' 하승진, 연세대 간다

입력 | 2003-04-22 01:20:00


한국 농구 사상 최장신 센터 하승진(2m23·삼일상고 3)의 연세대 진학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승진은 당초 고교졸업 후 미국프로농구(NBA)에 직행하려 했으나 6월 열리는 올 NBA 신인 드래프트 참가가 어려워지면서 일단 국내 대학에 진학한 뒤 내년 NBA에 재도전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각 대학의 스카우트 전쟁이 불붙은 가운데 연세대가 그의 영입 작업을 사실상 끝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대한농구협회로부터 대학 입학 관련 동의서를 받아간 하승진은 현재 출전하고 있는 협회장기 중고연맹전이 끝나는 25일경 연세대 진학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 김남기 감독 역시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1일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며 낙관했다.

연세대는 하승진 스카우트를 위해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지난달 그의 아버지 하동기씨에게 하승진의 NBA 진출을 보장하는 각서를 전달한 것. 이 각서 내용은 하승진이 NBA 진출을 원할 때는 언제든지 보내주고, 국내 대회 출전 여부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에 맡긴다고 되어 있다.

하승진측은 내년 2월부터 에이전트인 미국 스포츠 매니지먼트사 SFX에서 실시하는 훈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뒤 NBA 드래프트에 나설 계획. 드래프트에서 뽑히면 하승진은 입학하더라도 연세대 선수로 한 게임도 뛰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연세대가 이 같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하승진이 뛰지 않더라도 기존 전력만으로 충분히 내년 대학농구를 평정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 무릎이 시원찮아 무리한 국내 대회 출전을 꺼려온 하승진은 이 제의에 “연세대로 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연세대측은 거액의 스카우트비가 뒤따랐으리라는 소문을 부인했다.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0순위 안에 지명될 경우 300만달러(약 36억원) 정도의 연봉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스카우트 비용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다만 9명이나 되는 삼일상고 졸업생의 진로가 걸림돌이었으나 최근 다른 선수들의 진로가 속속 결정돼 ‘하승진+2명’으로 몸집이 가벼워지면서 연세대행이 급물살을 탔다.

2년 전부터 하승진측에 접근하는 등 스카우트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던 고려대측은 코칭스태프 교체를 둘러싼 어수선함 속에서 라이벌 연세대에 주도권을 넘겨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이충희 감독이 새롭게 사령탑으로 부임한 고려대는 연세대와 비슷한 조건을 내걸고 농구 동문들까지 후원금을 내 스카우트비를 마련하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있으나 역부족인 듯. 괌 전지훈련까지 포기하고 국내에 남아 하승진 스카우트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던 이충희 감독은 “물 건너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명지중 2년 때 이미 신장이 2m를 넘은 하승진은 지난해 삼일상고를 고교농구 전관왕으로 이끈 주인공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