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간 사진을 찍어 온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윤주영씨(76)가 개인전을 연다. 1987년 ‘내가 만난 사람들’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 이후 만 6년만이다. 교수 언론인 장관 국회의원 등 화려한 이력 중에 사진작가라는 호칭을 가장 사랑한다는 윤씨는 장장 7년에 걸친 작업의 결과인 ‘석정리역의 어머니’들과 캄보디아 장애인 마을을 통해 내전의 상처를 다룬 ‘아아…지뢰’ 등 두 가지 시리즈를 선보인다.
‘석정리역…’은 1992년 7월부터 1999년 9월까지 전남 무안군 춘양면 무인역사(無人驛舍) 석정리 역에서 만난 어머니들을 찍은 사진들이다. 그의 앵글에 잡힌 어머니들은 새벽4시에 일어나 오전 7시44분에 출발하는 비둘기호를 타고 남광주역에 내려 한 시간 반짝시장에 채소와 과일을 팔고 다시 오전 10시에 출발하는 비둘기호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비둘기호도 남광주역도 남아 있지 않다.
‘아아…지뢰’는 2001년 1월부터 2년여에 걸친 다섯 차례의 현지 방문을 통해 ‘킬링필드’로 대표되는 30년 캄보디아 내전의 상처를 담은 것들. 무수한 지뢰에 팔다리를 잃은 장애인들이 모여있는 자활센터의 일상이 담겨있다. 그의 사진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순탄하지 않은 삶이지만 표정이 밝다. 연약하게 보이는 웃음 안쪽에 미래에 대한 강한 희망과 삶의 의지가 엿보인다. 작가가 삶과 사람을 보는 시선이 그만큼 밝고 따뜻하기 때문이리라. 5월6∼11일 서울 종로구 동숭동 문예진흥원 마로니에 미술관.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