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0·텍사스 레인저스)가 역대 최강 투수를 만났다.
23일 오전 9시5분 텍사스 홈구장인 알링턴 볼파크에서 열리는 보스턴 레드삭스전의 상대선발은 사이영상 3회 수상에 빛나는 페드로 마르티네스(32).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의 왼손투수를 랜디 존슨(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으로 꼽는다면 오른손 투수로는 마르티네스가 1순위다. 도미니카출신의 마르티네스는 155㎞의 강속구에 예술과 같은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우완정통파 투수.
1m79의 작은 체구지만 온 몸을 이용해 뿌리는 불같은 강속구와 강한 승부근성으로 상대타자를 압도한다. 20승을 두 차례(99년, 2002년)했고 97년(1.90)과 2000년(1.74)엔 꿈같은 1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했다. 개인통산 성적은 330경기에서 153승64패.
올 시즌엔 4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 3.76으로 다소 부진하지만 그는 박찬호가 역대 메이저리그에서 만났던 수많은 투수 가운데 최강임에 분명하다.
더구나 명문팀 보스턴 레드삭스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조에서 13승6패로 뉴욕 양키스(16승3패)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는 강팀. 22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에 패하는 바람에 최근 7연승 기세가 꺾였지만 알렉스 로드리게스(텍사스 레인저스) 데릭 지터(뉴욕 양키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3대 유격수중 한명인 노마 가르시아파라, 케빈 밀러, 제레미 지암비 등 강타자들이 즐비하다.
박찬호는 지난해 8월 보스턴전에 한차례 선발등판, 타선의 도움으로 1승을 챙기긴 했으나 5와 3분의1이닝 동안 3홈런 포함해 6안타 6실점의 뭇매를 맞았었다.
이 때문에 23일 보스턴전은 여러모로 버거운 경기가 될 전망. 예전의 강속구를 뿌리지 못하고 변화구 투수로 전락한 박찬호에겐 넘기 어려운 벽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17일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애너하임 에인절스전에서 6이닝 5안타 2실점의 퀄리티 피칭(6이닝 이상 던지고 3실점 이하로 막는 것)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상대에 주눅들지 않고 자신감있는 피칭만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최고의 투수를 꺾고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