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 소년에겐 ‘청천벽력’입니다. 변호사인 아버지가 간 질환으로 쓰러져 입원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병원에서도 매일 6, 7명의 의뢰인을 맞습니다. 보다 못한 의사 선생님이 한마디합니다. “충분한 휴식에 방해가 되니 그만두시죠.” 아버지는 “무료 변론을 받는 사람들이어서 그만둘 수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소년은 그토록 어둡고 슬펐던 가난한 의뢰인들의 표정을 떠올립니다. 그리고는 말하지요. ‘저는 커서 부자가 될래요.’
이제 마흔을 넘어선 이 소년은 어린 시절의 약속을 이뤄냈습니다. 30세에 이미 이자소득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을 만큼 부자가 됐으니까요.
소년이 누구냐고요? 바로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권이 팔린 ‘열두살에 부자가 된 키라’의 저자인 보도 섀퍼(43)의 이야깁니다. 지금은 사업체도 여덟개나 갖고 있지만 처음부터 쉽게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26세에 파산했던 섀퍼는 그 원인을 “돈을 버는 재주는 있었지만 다룰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섀퍼의 부모도 여느 독일인처럼 어린 자녀에게 돈에 대해 잘 가르쳐 주지 않았어요. 할아버지가 네 살이 된 섀퍼에게 제법 큰돈을 주자 아버지는 그 돈을 받아 18세에 돌려줬다고 하니 한국의 부모들과 크게 다르지 않죠.
섀퍼는 이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린이의 경제교육을 설파하지만 돈 자체를 강조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돈만을 강조했을 때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돈은 꼭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자신만을 위한 것으로 받아들이면 탐욕스러워지기 쉽다. 이 때문에 아이들에게 돈의 중요성을 가르칠 때는 돈이 가지는 책임감, 즉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남과 나누기 위해 필요하다는 점을 함께 강조해야 물질만능주의에 빠지지 않는다.”
이를 위한 한 방법으로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용돈의 10%를 가난한 이웃에게 나눠주도록 교육하며 ‘돈 벌기’와 ‘남을 돕는 것’을 동전의 양면으로 여기도록 하라고 권합니다. 세상은 더불어 같이 사는 ‘남’이 있어 의미가 있는 것이니까요.
돈에 대해 가르치다 아이가 물질에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까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좋은 답이 아닐까요?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