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김응룡 삼성 감독. 100㎏이 넘는 거구가 위압적이지만 ‘여우’로 불리는 현대 김재박 감독 못지않게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는 걸로 유명하다. 타순 변동과 투수 교체가 잦고 히트 앤드 런과 경기 초반 상대의 김을 빼는 번트 작전도 즐긴다.
삼성은 올해 프로 22년 만에 가장 잘 나가고 있지만 김 감독은 시즌 초 4, 5번을 치던 마해영, 양준혁이 조금만 부진의 기미를 보여도 5, 7번으로 강등시키는 타순 변동을 시도했다. 그러나 ‘라이언 킹’ 이승엽만은 치외법권의 특혜를 누렸다. 믿는 구석이 따로 있기 때문이었다.
이승엽은 팀이 8연승을 내달렸던 대구 한화전까지 타율 0.182로 고개를 들지 못했다. 개막전 첫 타석부터 시작해 연타석 홈런을 쳤지만 반짝 그때뿐이었다. 아무리 전형적인 슬로 스타터라지만 너무 심하다는 감이 들 정도.
그러나 이승엽은 역시 달랐다. 팀이 10연승을 거둔 16일 현대전에서 4타수 2안타로 시동을 걸더니 첫 패배를 당한 17일에는 3타수 1안타에 팀의 유일한 타점을 올렸고 19일 SK전에서 역전 3점홈런을 날리며 김 감독의 ‘기다림의 미학’을 완성시켰다. 22일 기아전까지 4경기에서 3연타석 홈런 포함해 15타수 7안타의 맹타. 마치 지난해 LG와의 한국시리즈에서 20타수 2안타로 1할 빈타에 헤매다 6차전 9회말 극적인 동점 3점홈런을 연상시키게 하는 활약이었다.
이날 현재 이승엽은 타율 0.241에 머물고 있지만 홈런(6개)과 타점(15개)은 1위. 통산 4번째 홈런왕에 오른 지난해 4월 7홈런의 페이스를 능가하고 있다. 이승엽은 “아직 오른쪽 어깨가 빨리 열리는 등 타격감이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대구=장환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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